집 공개로 시작해 최애 아이템 소개로 이어진다. '일상 공개'라는 타이틀로 의외의 모습까지 연출할 수 있다. 여기에 방송활동에 버금가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연예인 유튜브 채널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중년 배우들은 물론 예능 출연과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꺼리던 신비주의 배우들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있다. 예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일상을 공개하며 소통해온 연예인들도 있지만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채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는 반응이다.
콘셉트 역시 다양하다. 81세 선우용여는 유튜브 채널에서 B급 감성 편집에 호텔 조식을 즐기는 모습을 공개하며 채널 개설 3개월 만인 지난 4일 기준 구독자 수가 30만명을 넘겼다. 그의 채널에 출연해 후배 배우들의 성형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화제를 모았던 배우 윤미라도 지난달 25일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는데, 집 공개와 노 메이크업 영상을 올렸을 뿐인데 열흘 만에 1만50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이들의 가장 큰 경쟁력은 인지도다. 이름이 알려진, 그동안 사생활 노출이 많이 되지 않은 연예인들이 자기 집을 공개하니 단숨에 화제를 모으고, 여기에 평소에 친분이 있던 다른 유명 연예인을 출연시키며 주목받는 방식이다. 여기에 자신의 '애장품', '쇼핑 아이템' 등을 추천하면서 자연스럽게 광고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
실제로 집 공개 영상은 대부분 채널 인기 영상 상위권에 있다. 지난 4월 채널을 개설한 배우 이미숙의 경우에도 집 공개 영상만 조회수 125만회를 기록했다. 이후 공개된 이미숙의 요리 영상이 61만회를 기록한 걸 고려하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 외에도 김남주, 고소영 등도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집부터 공개했고, 이 전략은 통했다는 반응이다. 심지어 한가인은 시부모인 연규진 부부의 집까지 공개했다.
추성훈 역시 유튜브 개설 후 정리가 안 된 일본 집을 공개한 영상에 화제가 되면서 빠르게 구독자수를 확보했다. 그의 솔직한 매력이 집 공개 영상을 통해 가감 없이 드러났다는 평을 받으면서 추성훈은 채널 개설 8개월째인 현재 185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가 됐다. 해당 집 공개 영상 조회수는 1000만회를 넘겼다.
한 에이전시 관계자는 "채널을 개설하고 화제를 모으려면 가장 팔리는 아이템으로 시작해야 하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며 "유명인의 집은 모두가 궁금해하는 요소니, 그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자기 관리가 뛰어난 배우들의 일상도 '셀링' 포인트다. '따라 하면 인생이 바뀌는 선우용여의 아침루틴 최초 공개'는 공개 한 달 만에 조회수 124만회를 기록했다. 운동과 식단, 피부 관리 등의 생활 루틴 공개 역시 연예인 채널의 단골 소재다.
여기에 숏츠까지 더하면 수익은 극대화된다. 숏츠의 경우 조회수 100만 기준 90만원 정도의 수익이 떨어지는데, 이런저런 세금과 수수료를 빼고 나면 50만원 정도가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배분율은 긴 영상에 비해 많지 않지만, 하이라이트 등을 뽑아 '밈'으로 제작하거나, 간단한 챌린지 등으로 손쉽게 게재할 수 있는 만큼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안 할 이유가 없다"는 평가받고 있다.
앞다퉈 개설되는 채널…"아직 단가도 안정해진 블루오션"
채널 개설 배경에 대해 많은 연예인이 '소통'을 꼽는다. 솔직한 자기 모습을 보여주며 팬, 대중과 직접 소통하고 싶었다는 것. 실제로 배우 한가인, 이민정 등은 기존에 노출된 모습과 전혀 다른 가감 없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털털한 매력으로 호평받기도 했다.
방송인 최화정은 오랫동안 방송인으로 활동해왔지만, 유튜브 채널에 달리는 따뜻한 응원에 감동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소장품을 자진해서 선물로 내놓으며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건강상의 이유로 27년간 진행해온 라디오에서 하차한 최화정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그동안 사생활 노출을 꺼리던 연예인들까지 일상을 공개하는 것은 그만큼 유튜브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아침 방송 등에서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사생활이 아닌, 채널을 통해 지속해서 발생하는 수익이 생활 노출을 꺼리는 연예인들을 설득하는 포인트가 된다는 것.
실제로 유튜브 채널 개설 4년째로 30만명 정도의 구독자를 가진 한 연예인의 경우 "광고와 조회수로 얻는 월 수익이 5000만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튜버에 대한 PPL, 제품 노출, 협업 등의 광고비는 이제 구독자수, 평균 조회수 등으로 비용이 정해진 상태지만, 유명 연예인들의 유튜브 채널은 인지도 등을 고려해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라며 "광고주들이 광고 효과를 노리고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 그게 그 채널의 단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튜브 채널 운영의 경우 본래의 매니지먼트사가 아닌 대부분 유튜브 콘텐츠 전문 제작사와 계약해 이뤄지고 있다. 채널을 통해 발생하는 마케팅, 조회수 수익도 소속사가 아닌 제작사와 나눠 갖는 게 대다수다. 소속사를 통해 출연 계약을 한 것도, 촬영장 지원이 이뤄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연극, 뮤지컬에 출연할 경우 출연료 분배를 소속사와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문제는 유튜브 콘텐츠로 논란이 발생했을 때다. 이 경우 대응은 본래 소속사에서 진행한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유튜브는 우린 모른다"고 선을 긋는 소속사들도 적지 않다.
한 익명의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본인이 친한 사람들이랑 하겠다고 채널을 개설한다고 했고, 반대할 명분이 없어 하라고 했지만 정작 그걸로 논란이 생기니 회사 보고 수습해달라고 하더라"며 "유튜브 수익도 회사와 분배 없이 본인이 다 가져가고 있는데, 왜 유튜브 뒷바라지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