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마티니스(물리학상), 사카구치 시몬(생리의학상), 미셸 드보레(물리학상)….
올해 노벨상 수상자이자 과학계 석학인 이들의 공통점은 스타트업을 창업해 연구를 넘어 사업화까지 시도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마티니스는 2022년 설립한 양자 하드웨어 전문회사 큐오랩의 최고기술책임자(CTO)다. 반도체 공정 기법을 활용해 초전도 양자 칩을 효율적으로 제조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옥타브벤처스와 일본 정책투자은행(DBJ)에서 투자도 받았다. 드보레도 예일대 동료들과 양자컴퓨터 기업인 QCI를 공동 창업했다.
사카구치는 2016년 일본에서 바이오벤처 레그셀을 세웠다. 이 회사는 내년 미국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사카구치의 수상 소식 이후 일본 바이오벤처 업계는 해외 자금 유치 기대로 한창 들썩이는 중이다.
스핀오프한 '8인의 반역자'
노벨상 수상자의 벤처 창업 역사는 유구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시작도 물리학자 윌리엄 쇼클리의 회사와 연관이 깊다. 1956년 물리학상 수상자인 쇼클리는 팰러앨토 남쪽 계곡에 첫 전자회사를 세우고 뛰어난 과학 인재들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쇼클리의 독단 경영이 이어지자 젊은 과학자 8명이 뛰쳐나와 1.6㎞ 정도 떨어진 곳에 페어차일드반도체라는 새로운 회사를 세웠다.
이 페어차일드 출신들이 훗날 인텔을 창업하고 AMD를 세웠다. 벤처캐피털(VC)의 투자까지 받아 지금은 실리콘밸리의 기틀을 세운 ‘8인의 반역자’로 널리 알려졌다. 노벨상 수상자의 회사가 우수 인재를 모았고, 줄줄이 스핀오프하면서 혁신 벤처 생태계가 생겨난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과학 DNA는 지금의 빅테크에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구글은 연구개발(R&D) 투자의 상당액을 생명공학 연구에 넣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수학, 물리학 등에 능통한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자를 채용하겠다고 공고를 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과학을 위한 AI(인공지능)’라는 팀을 조직했다. 양자물리, 분자생물 등에서 전 세계 전문가로 팀을 구성했다.
기업 간 노벨상 경쟁 불붙나
기초과학이 산업을 이끌고, 그렇게 커진 산업이 또다시 과학에 투자하는 구조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등은 ‘브레이크 스루상’까지 만들었다. 실리콘밸리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이 상은 물리학, 생명과학, 수학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연구자에게 주어진다. 상금은 노벨상의 두 배가 넘는 300만달러(약 43억원)에 달한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발표 다음날인 지난 8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구글 양자연구소에 방문해 자부심을 내보였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자가 다섯 명이나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니! 엄청난 행운이다.”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인 마티니스와 드보레 모두 구글 출신이다. 지난해 화학상을 받은 데미스 허사비스는 구글 딥마인드 CEO, 존 점퍼는 수석연구원이다.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은 구글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이대로라면 국가별로 노벨상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기업 간 경쟁이 붙는 것도 곧 현실화할 듯한 분위기다. 빅테크들이 고액 연봉을 주면서 천재로 불리는 과학자들을 앞다퉈 영입하고 있어서다. 대부분 생명공학, 양자컴퓨터, 첨단소재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영역의 핵심 연구자다. 그동안 기업들이 수집해온 방대한 데이터와 막대한 자금력이 연구의 기초가 되고 있다. 빅테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연구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아직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없는 한국은 학계와 산업계 간 벽이 유달리 높다. 연구는 학자가, 상용화는 기업이 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기초과학의 영향력이 대학을 넘어 산업계로 자유롭게 오가고 결실이 맺어질 때 한국에도 노벨과학상의 문이 비로소 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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