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 앞서 수줍게 건넨 바구니에는 쿠키·초콜릿·음료 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직접 준비한 거라며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목소리에서 걸그룹 활동 때의 앳된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자신을 스스로 소개하고 음악에 관해 이야기하는 목소리에서는 당당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룹 위클리를 탈퇴한 뒤 솔로 가수로서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신지윤의 이야기다.
오랜 연습생 기간을 거쳐 2020년 위클리로 데뷔했던 신지윤은 건강상의 이유로 2022년 2년여에 걸친 팀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후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던 그는 솔로로 새 출발에 나섰다. 예전부터 작사·작곡이 가능했기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자작곡을 발매하며 솔로 가수로서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다.
인터뷰는 신지윤이 보낸 메일 한 통에서 시작됐다. 신곡 발매 쇼케이스를 여니 와달라는, 그가 기자들에게 직접 쓴 메일이었다. 현장에 갈 수 없어 역으로 인터뷰를 제안해 만남이 성사됐다. 어떻게 메일 보낼 생각을 했냐고 묻자 "쇼케이스 기획을 내가 다 했다. 네이버 연예 기사를 검색해서 50개 정도의 메일을 다 메모해서 일일이 메일을 작성했다. 이후에 안내를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몰라서 현장에는 딱 한 분이 왔다"고 답했다.
현재 소속사가 없는 신지윤은 "앨범 기획부터 콘셉트, 디렉팅과 작사·작곡·편곡에 마케팅까지 직접 하고 있다. 회사가 없이 혼자 하니까 힘에 부치지만, 대신에 보여주고 싶었던 것, 의도했던 것들을 자유롭게 앨범에 다 담을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지난해 4월 '옐로우 라이트(Yellow Light)'를 시작으로 '마다가스카' '디드 유 러브 미?(Did you love me?)'까지 꾸준히 곡을 내는 중이다. 2세대 K팝 감성을 떠올리게 하는 무드부터 독특함과 서정성을 동시에 지닌 곡, 중독성 강한 멜로디의 댄스 장르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전부 자신이 만든 곡이다.
신지윤은 "연습생 때 곡을 일주일에 하나씩 만들 정도로 작업을 많이 했다. 그땐 70곡, 80곡을 보내도 다 반려를 당했었다. 내 곡이 계속 채택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부족한 것도 많았기 때문에 계속 허공에 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반려됐던 곡이 '디드 유 러브 미?'와 '옐로우 라이트'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컨펌받아야 할 곳이 없으니까 하고 싶은 걸 다 하자는 마음이었다. 예전에 쓴 곡 중에 애정이 가는 것들 위주로 다시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솔로 가수로 새 출발을 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대학교 생활이었다고 한다. 현재 신지윤은 동아방송예술대학교 K팝학과에 재학 중이다. 팀 활동을 마무리 짓고 약 1년간 휴식한 끝에 '대학교 입학'을 택했다. 이후 100%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신지윤은 "원래 자신감이 되게 없었다. 내가 많이 부족하고 노래가 별로라서 곡들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거라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학교 친구들이 내 노래를 좋아해 주더라. 모르는 친구들도 와서 '노래 좋다. 잘 듣고 있다'는 말을 해줬다. 에브리타임에도 노래가 좋다거나, 예쁘다는 글이 올라올 때가 있다. 뿌듯하다. 교내 스타가 된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현재 3학년이라는 그는 "학교를 재미있게 다니고 있다. 작곡할 수 있다는 게 큰 메리트다. 난 기말 콘서트에서 항상 내 곡을 부른다. 예전에 기말 콘서트에서 한 공연이 반응이 좋았다. 릴스에서 조회수 100만회가 나왔다. 늘 내 노래가 별로라서 반려당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내보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였다. 덕분에 본격적으로 솔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곡 영감은 일상에서 문득 떠오를 때가 많다고 했다. 신지윤은 "평소 생각이 많다. 유튜브 콘텐츠를 찍는 도중에 악상이 떠오른 적도 있다. 갑자기 우주에서 번개가 머리에 내리꽂듯이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기록을 해둬서 글로 적은 메모나 음성 메모가 많다"고 밝혔다.
자신의 음악 스타일과 관련해서는 "2000년대, 2010년대 K팝을 들으며 자랐다. 유치원생 때부터 음악방송을 봤고, 일곱 살 때 빅뱅 콘서트를 갔다. 그때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있다.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 노래에서 들리는 모든 사운드까지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다. 목소리가 안 나오는 부분에서도 내 목소리가 들릴 정도"라면서 "그렇게 천천히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그걸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리쌍·다이나믹듀오·에픽하이의 가사에 영향을 받았고,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J팝 아티스트 아도, 요네즈 켄시 등이라고 했다. 편식 없는 음악 취향만으로도 그의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었다.
목표는 "하드에 있는 좋은 노래들을 세상에 내보내자는 거다. 멀리 보는 목표는 커다란 공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할 수 있는, 그런 알맹이 있는 가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대학교 졸업 공연을 통해 새 앨범을 발매하는 것도 품고 있는 꿈 중 하나였다. "걸그룹에게 내 곡을 많이 주고 싶다"면서 오드유스 예음, 지니어스 조에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끝으로 신지윤은 롤모델로 지드래곤, 레이디 가가를 꼽았다. 그는 "레이디 가가를 항상 동경해 왔다. 팝 발라드, 댄스, EDM까지 스펙트럼이 정말 넓지 않나. 내 '추구미'"라면서 "순한 맛의 레이디 가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