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이 빚어낸 인간과 삶의 품위…이창동 '가능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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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서 8년만 신작 공개…해고노동자 부부·다큐감독 부부 삶 교차사회가 낸 상처 매만지며 '사랑'과 '자유' 탐색 이미지 확대 영화 '가능한 사랑'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베네치아=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의 아내 미옥(전도연)은 호석의 전 동료 장례식장에서 해고 노동자 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그의 부자 남편 상우(조인성)를 만난다. 예지는 총파업과 공권력을 통한 강제 진압으로 고초를 겪은 호석의 삶을 조명해보려 미옥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좀체 마음을 열지 않는 호석과 거리를 좁히려고 프라이빗 해변을 끼고 있는 상우의 여름별장으로 호석 가족을 초대하기까지 한다.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열리고 있는 제83회 베네치아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된 '가능한 사랑'은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들고 온 신작이다. 이 감독은 앞서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에서 그랬듯이 사회가 사람의 삶에 깊게 낸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조심스럽게 매만지며 사랑을 말한다. 번번이 자신을 배신하는 삶을 그래도 믿고 헤쳐 나가려 하는 미옥의 18번은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다. 본인은 '텅 비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고름으로 꽉 들어찬 마음을 안고 있는 호석은 그래도 살아보려고 몸부림친다. 촬영 대상을 사랑해야만 한다고 믿는 다큐 감독 예지에게도, 아내가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는 영화를 만드는 걸 돕는 자본가 상우에게도 자기만의 욕망이 있다. 균형이 맞지 않는 두 부부의 삶이 기우뚱거리다가 부딪히고 엉겨 붙는 과정은 조용하지만 강렬하다. 164분, 짧지 않은 상영시간의 이 영화 전체가 그렇다. 긴 호흡으로 천천히 흘러가는 이야기는 잔잔하지만 조마조마하다. 이미지 확대 영화 '가능한 사랑'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 이야기가 향하는 곳은 꽤나 뚜렷하다. 미옥이 읊조리듯 내뱉는 두 글자 낱말에도, "삶의 구조가 어떻게 바뀌든지 인간이 그걸 넘어설 수 있는 건 우리 마음속에 있는 '자유'에 대한 생각"이라는 감독의 말에도 들어 있다. 상우의 낮잡는 말대로 '알고 보면 뻔할 수도 있는' 사람들의 투박하고 거친 삶이지만, 자유를 찾아 비틀거리다가 끝내 일어서고 걸어 나가는 그 모든 모습에는 삶과 사람의 품위가 꼿꼿이 담겨 있다. 이 감독은 전도연과 설경구가 미옥과 호석을 연기하기에 '아주 적역'이라기보단 '그냥 그 인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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