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의를 밝혔다. 대정부 강경 투쟁을 주도한 박 위원장이 물러나면서 의정 갈등 사태가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박 위원장은 24일 각 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공지에서 “모든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지난 1년 반,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했으나 실망만 안겼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내 불찰”이라며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학생들을 끝까지 잘 챙겨주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2023년 27기 전공의협의회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듬해 의정 갈등 사태가 터지자 사퇴했다가 전공의협의회가 비대위로 전환한 후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의료개혁 전면 백지화 등을 외치며 대정부 강경 투쟁의 중심에 섰다.
이 과정에서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리더십 논란에도 휩싸였다. 그는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대외적인 침묵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전공의단체 내부에서 의료현장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 일부는 박 위원장을 ‘패싱’한 채 복귀를 위한 자체 설문을 하고 정치권과 접촉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 공지에서 “정부 보건의료 책임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당장 복귀 여부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내부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전공의협의회는 박 위원장이 사의를 밝힌 직후 임시대의원총회 개최를 공지하고 새로운 비대위 구성에 나섰다. 전공의협의회 대의원인 김동건 전 서울대병원 전공의 등 주요 병원 사직 전공의 대표 네 명은 공지에서 “하반기(9월) 전공의 모집 시작인 7월 말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고 의대 예과 1학년 학생의 ‘트리플링’(24·25·26학번 동시 수업)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지속적인 교착 상태는 우리의 투쟁력을 현저히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와의 건설적인 대화와 투쟁 지속을 통해 붕괴한 대한민국 의료를 다시 일으켜 세울 새로운 비대위 구성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