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가는 인상주의 화가였지만, 20대 시절에는 이런 사실주의 화풍을 고수했다. 그림 속 인물은 그의 고모 로르 벨렐리와 고모부 젠나로, 그리고 그들의 두 딸이다. 드가는 24세 때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고모 가족과 함께 지내며 이 그림을 그렸다. 언론인이었던 젠나로는 나폴리에서 추방당한 정치적 망명자로, 냉담하고 권위적이었다. 로르는 그런 남편과의 갈등 속에서 깊은 우울과 외로움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나 우울감과 상실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녀가 검은 상복을 입고 있는 이유다. 뒷벽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부모의 불화 때문일까. 큰딸의 표정과 자세도 경직돼 있다. 드가는 고모 가족을 이상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목격한 심리적 긴장감과 감정의 균열을 정직하게 그려냈다.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엇갈리는 시선, 가족 간에 심리적으로 멀어진 거리,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를 화면에 그대로 담았다. 이 작품은 완성까지 거의 10년이 걸렸다. 드가는 구도와 인물의 감정 표현을 위해 수없이 그린 끝에 겨우 완성했다.
그림 속 벨렐리 가족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 가까이 있지만 마음이 멀어진 관계들.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우리는 종종 이런 감정적 거리를 경험한다. 그래서일까. 벨렐리 가족의 침묵과 감정적 불화는 마치 우리 시대의 초상처럼 다가온다.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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