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크업계 새 먹거리 防産…오픈AI, 국방부 사업 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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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열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연례 개발자 회의 ‘빌드’에 깜짝 등장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왼쪽). 오픈AI는 대주주인 MS와 ‘밀월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 사업 주도권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한경DB

지난해 5월 열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연례 개발자 회의 ‘빌드’에 깜짝 등장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왼쪽). 오픈AI는 대주주인 MS와 ‘밀월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 사업 주도권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한경DB

오픈AI가 미국 국방부의 인공지능(AI) 공급 계약을 수주했다. 챗GPT를 앞세워 주로 일반 소비자와 기업을 타깃으로 하던 오픈AI가 군과 손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AI를 군사력에 접목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방위산업 분야가 미국 테크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늘어나는 테크기업의 군 계약 수주

美 테크업계 새 먹거리 防産…오픈AI, 국방부 사업 수주

미국 국방부는 지난 16일 오픈AI가 2억달러(약 2700억원) 규모의 최첨단 AI 공급 계약을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오픈AI가 미 국방부 계약을 수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계약 기간은 1년이다. 미 국방부는 “오픈AI는 전투 및 기관 분야에서 중요한 국가 안보 과제 해결을 위한 최첨단 AI 시제품을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오픈AI가 방산 분야 진출을 공식화한 지 반 년 만에 이뤄졌다. 오픈AI는 지난해 12월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과 함께 자사 AI 기술을 미군의 드론 공격 대응 시스템에 접목하겠다고 발표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밴더빌트대에서 오픈AI 이사로 재직 중인 폴 나카소네 전 국가안보국(NSA) 국장과 대담을 하고 “국가 안보 분야에 참여하기를 원한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오픈AI의 참전으로 군을 향한 실리콘밸리 테크기업의 구애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메타는 지난해 11월 새로운 사업 분야로 국방 부문을 낙점하고 자사 AI 모델을 군사용으로 공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안두릴과 손잡고 AI 기반 확장현실(XR) 군사용 장비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내부 반발로 방산 분야 진출에 소극적이던 구글도 올해 초 자사 AI 기술을 군사·전쟁·핵 관련 산업·스파이 활동 등에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을 철회하며 방산 분야 진출을 공식화했다. 오픈AI의 대항마로 꼽히는 앤스로픽은 팰런티어·아마존과 손잡고 자사 AI 기술을 미군에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AI를 군사력에 접목하려는 미군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벤처캐피털(VC)업계의 방산 분야 투자 흐름도 바뀌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VC업계 방산 투자의 39%가 AI 분야에 집중됐다. 과거 큰 비중을 차지하던 통신(13%), 자율시스템(13%) 분야 투자는 AI 분야 투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오픈AI-MS 갈등 과열

군용 AI 사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솟은 오픈AI에 새로운 사업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오픈AI 경영진은 미국 연방 경쟁당국에 MS를 반경쟁적 행위로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MS를 상대로 광범위한 반독점 조사를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픈AI가 행동에 나설 경우 MS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FTC는 MS의 오픈AI에 대한 투자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갈등은 오픈AI가 영리법인으로 전환한 뒤 MS의 지분을 두고 양사가 이견을 보이며 벌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MS의 지분율을 현재 49%에서 33%로 줄이고 MS의 클라우드 영업 독점권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지만, MS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더 큰 지분율을 요구하며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오픈AI는 지난달 공익법인(PBC)으로 개편해도 전체 사업 통제권은 비영리 조직이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영리법인이 사업 통제권을 쥐지 않을 경우 투자금 유치에는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오픈AI는 지난 3월 테크업계 역대 최대인 400억달러(약 55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 중 3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소프트뱅크는 올해 말까지 영리법인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투자금을 200억달러로 줄이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가 최근 30억달러에 인수를 발표한 코딩 스타트업 윈드서프도 갈등의 핵심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의 최대주주인 MS는 계약에 따라 현재 오픈AI의 모든 지식재산권(IP)에 접근할 수 있지만 오픈AI는 MS가 윈드서프의 IP에는 접근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MS가 ‘깃허브 코파일럿’ 등 코딩에 특화한 자체 AI 모델로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용인공지능(AGI) 구현 시점을 두고도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MS와 오픈AI 간 계약에 따르면 MS는 AGI가 달성되면 오픈AI의 IP에 대한 접근을 포기해야 하지만 AGI의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올트먼 CEO는 최근 “사건의 지평선을 넘었고 이륙이 시작되고 있다”며 조만간 AGI를 달성할 수 있다고 시사했지만, MS는 계약 조건에서 AGI 달성 시점과 관련한 조항을 삭제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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