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대 경제국의 재정 파탄 위기가 좀처럼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역시 2026 재정 연도 예산안 처리가 불발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임시 예산안의 극적인 통과로 최악의 상황은 모면하더라도, 정식 예산안 처리 무산 땐 연방정부의 15번째 셧다운과 함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 전망이다.
재정 운용의 양출제입(量出制入) 원칙상 도널드 트럼프 정부 살림살이의 문제는 세수보다 세출에 있다. 토마 피케티 공식대로 ‘성장률(g)이 이자율(r)보다 높으면 빚내서 더 쓰더라도 재정적자와 디폴트 우려는 없다’는 인식에 기반해 예산이 짜여 있기 때문이다.
세수 부문은 지나치게 포퓰리즘과 근린궁핍화 관점에서 짜여 있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해 미국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대신 대미 상품 거래에는 관세를, 대미 투자에는 준조세에 해당하는 수탈적 성과 배분을, 인력 이동에는 높은 비자 수수료를 부과해 세수를 보전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상품·기업·사람·자본 등 4대 개방 분야 중 마지막 남은 자본 거래에는 어떤 조치를 강구할 것인가도 관심이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한국인 등 외국인 주식 투자가 늘면서 ‘코리아파잉(Koreafy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단체 투기와 음모 등을 빌미로 토빈세 등을 부과할 수 있다.
모든 근린궁핍화 수단은 궁극적으로 부과국에 더 큰 손실을 입힌다. 미국처럼 수입 의존도가 큰 나라는 관세 부과 때 ‘자국으로의 대체’보다 ‘타국으로의 다변화’ 호가가 월등히 크게 나타난다. 토빈세 부과도 ‘나비 효과’보다 ‘잔물결 효과’가 크게 작용해 미국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릴 확률이 높다.
‘돈로(DonRoe)주의’로 상징되는 극단적인 폐쇄 정책으로 4개 개방 부문에 빗장을 걸어 잠그면 트럼프 정부가 구상 중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달성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를 지탱한 것은 GATT(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와 세계무역기구(WTO)에 기반한 자유무역 질서,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을 양대 축으로 하는 브레턴우즈 체제였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이 내놓은 자리에 중국이 빠르게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달 초 전승절을 계기로 러시아·북한과 전통적인 사회주의 체제를 재구축했다. 이 기반 위에서 탈미국과 탈달러화를 외치며 미국에 등을 돌리는 민주주의 국가까지 포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예산안을 추진하면 ‘재정적자-포퓰리즘 악순환 고리’에 처할 확률이 높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이미 2012년부터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해왔다. 트럼프 정부가 구상 중인 예산안을 원안대로 추진하면 추가 강등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 상태다.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트럼프 정부에 ‘삶은 개구리 증후군’의 교훈을 되새길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개구리가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모르고 즐기다 결국 죽는다는 이야기를 통해 2026 예산안과 근린궁핍화 정책을 하루빨리 철회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우리나라는 국가채무비율이 50%대로 100%를 웃도는 미국과 일본 등에 못 미치지만,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이다. 대미 투자 관련 ‘비기축’ 통화국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낀 만큼 숙원 과제인 재정준칙 등을 도입해 ‘콘솔리데이션’(fiscal consolidation·재정 건전화)을 추진해야 할 때다.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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