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애니 명가 품은 크래프톤…'아시아 IP 허브' 전략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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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이 일본 3대 종합광고 기업이자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ADK그룹을 약 70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기업이 일본 애니메이션 기업을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크래프톤의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은 24일 이사회를 열어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재팬이 보유한 BCJ-31 인수를 의결했다. 인수 금액은 750억엔(약 7103억원)이다. BCJ-31은 ADK그룹 산하 주요 자회사를 보유한 ADK홀딩스의 모회사다. 이번 거래에 따라 ADK그룹은 크래프톤의 연결 계열사가 됐다.

ADK는 콘텐츠 기획·제작과 광고 분야에서 70여 년간 전문 역량을 축적한 기업이다. ‘짱구는 못말려’ ‘도라에몽’ 등 300여 편의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여했다. ADK그룹의 지난해 기준 연간 거래 규모는 3480억엔(약 3조2600억원)에 달한다.

日 애니 명가 품은 크래프톤…'아시아 IP 허브' 전략 시동

이번 인수는 기존 게임 중심의 지식재산권(IP)을 애니메이션 영역으로 넓히기 위한 크래프톤의 승부수로 분석된다. ADK의 애니메이션 기획·제작 역량과 크래프톤의 글로벌 게임 개발 및 서비스 경험을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ADK와의 협업을 통해 게임과 애니메이션 간 다양한 접점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글로벌 콘텐츠 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톤의 해외 인수합병(M&A)으로 한국 게임산업의 글로벌 시장 확장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3년 전체 문화콘텐츠 수출액 22조원 중 게임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했다. 국내 게임산업은 여전히 찬밥 신세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발간한 ‘진짜 성장’ 연구 보고서 내 문화콘텐츠 부문에서도 게임산업은 빠져 있다.

ADK 7103억원에 인수…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日 3대 광고대행·애니 제작사…배틀그라운드 단일 IP 탈피

한국 대표 게임사 크래프톤이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인수했다. 게임 이외 콘텐츠 분야에서 장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오리지널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단순 협업을 넘어 IP를 직접 설계하고 소유하는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의 전환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콘텐츠·미디어 융합 시도

24일 크래프톤은 일본 종합 광고회사 ADK그룹을 소유한 BCJ-31(ADK홀딩스의 모회사)을 750억엔(약 7103억원)가량에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ADK는 일본 3대 광고회사 중 한 곳이다. ‘짱구는 못말려’ ‘도라에몽’ ‘유희왕’ 등 300편 넘는 인기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해온 ADK의 연간 거래액은 3480억엔(약 3조2667억원)에 달한다.

ADK는 단순 광고 대행을 넘어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 참여를 통해 콘텐츠의 세계관 기획부터 판권 비즈니스까지 폭넓게 관여해왔다. 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ADK는 일본에서 ‘IP 비즈니스의 실전형 플레이어’로 꼽히며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워왔다.

크래프톤은 ADK 인수를 통해 일본 콘텐츠 생태계 내 핵심 파트너십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사 게임 IP의 영상화 및 미디어 확장 전략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ADK의 70여 년 광고 인프라와 애니메이션 기획·제작 역량, 크래프톤의 글로벌 게임 개발 및 서비스 경험이 결합하면 게임 IP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확장성과 활용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다. 단순 외주 협업을 넘어 IP 기획부터 유통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작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이번 인수는 크래프톤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점으로도 해석된다. 현재 크래프톤 매출의 상당 부분은 배틀그라운드 단일 IP에 의존하고 있다. 시장 변화와 이용자 취향 변화에 민감한 사업구조가 리스크로 작용해 왔다. ADK 인수를 계기로 크래프톤은 게임 외 콘텐츠 영역에서도 수익 다변화를 도모할 것으로 알려졌다.

◇ “게임·애니메이션 접점 넓힐 것”

크래프톤은 ‘포스트 배틀그라운드’를 겨냥한 콘텐츠 다변화 전략을 여러 방면에서 실험 중이다. 2022년에는 미국 개발사 언노운월즈와 협업해 선보인 턴제 전략 게임 ‘문브레이커’를 통해 오리지널 세계관 기반 IP를 구축하고, 오디오 드라마·시네마틱 영상 등과 연계한 미디어 확장 실험을 병행했다.

日 애니 명가 품은 크래프톤…'아시아 IP 허브' 전략 시동

이 같은 행보는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사진)이 여러 차례 강조해온 ‘미디어 확장형 게임 기업’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장 의장은 2021년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게임을 중심으로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변주하는 것이 크래프톤의 숙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 웹툰, 동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가 융합하는 시대에 게임사의 엔터테인먼트산업 도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번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인수가 크래프톤이 구상해온 ‘아시아 IP 허브’ 전략의 본격적인 실행 출발점이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크래프톤은 이미 인도·동남아시아 지역 콘텐츠 스튜디오 및 게임 개발사에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을 거점으로 일본·인도·동남아의 원천 IP를 연결하고, 이를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 공급하는 ‘동아시아 스토리텔링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일본 콘텐츠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며 “ADK와의 협업을 통해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접점을 넓히고, IP의 창작과 활용 영역을 함께 확장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안정훈/고은이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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