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황금연휴, 더 길어진 고독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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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황금연휴, 더 길어진 고독의 시간

넷플릭스 드라마 ‘은중과 상연’은 인간의 전 생애에 걸친 고독의 무게를 강렬하게 드러냈다. 10대 시절 절친이던 은중과 상연은 20~30대를 거치며 서로를 원망하고 질투하다 멀어졌다. 이후 40대 말기 암 환자가 된 상연은 은중을 찾아 스위스로의 조력사망을 부탁한다. 드라마는 청춘에서 중년까지 이어진 고독이 순간적 감정이 아니라 삶 전반에 따라붙는 연속선상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고독은 노년층의 고독사라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주목되지만,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은둔의 가장 큰 계기는 ‘대인관계의 어려움’(65.5%)이었고, 그중 39.7%는 ‘힘들고 지쳐서’ 다시 고립을 반복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019~2023년 5년간 ‘쉬었음’ 청년이 유발한 경제적 비용을 53조4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청년기의 고립은 경제활동의 단절로, 중장년기에는 가족 갈등과 정신적 고통으로, 노년기에는 빈곤과 사회적 단절로 이어진다. 고독은 표면적 얼굴만 달리할 뿐 생애 전반을 따라가는 구조적 문제다. 이런 이유로 ‘고독사예방법’은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추석은 2017년 이후 두 번째로 열흘간 이어지는 황금연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연휴 동안 해외 출국자가 24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동과 소비의 풍경은 화려하지만, 대가족이 모여 공동체 유대감을 나누던 명절의 모습은 약화됐다. 명절이 개인화될수록 긴 연휴는 누군가에겐 설렘의 시간이지만, 다른 이들에겐 더 길어진 고독의 시간이 된다.

노년층 고독사의 극단적인 문제를 줄이는 동시에 청년과 중년 세대에서 확산하는 고립과 은둔에도 대응이 필요하다. 고독이 방치될 경우 개인의 불행을 넘어 노동 참여율 저하, 생산성 약화,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장 근로시간을 기록하면서도 노동생산성이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고독 문제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위험 요인이다.

그러나 제도적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빠른 성장과 성공을 추구하는 문화 속에서 실패가 곧 낙인이 되는 현실도 바뀌어야 한다. 실패 경험이 쌓일수록 관계가 단절되고 심리적 은둔이 심화하며, 이는 결국 고독사 같은 극단적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긴 연휴가 모두에게 진정한 휴식이 되려면 고독을 줄이는 정책적 대응과 함께 실패와 외로움을 포용하는 문화적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 고독에 대응하는 일은 개인에게는 삶의 존엄을 지키는 문제이자, 한국 사회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이자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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