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병원에도 '회사생활 꿀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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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병원에도 '회사생활 꿀팁'이 필요하다

‘회사생활 꿀팁’이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상사의 말 한마디나 표정을 해석하는 법, 눈치 있게 분위기 파악해서 말하기, 회식 자리 빠지는 기술 등이 그 예다. 얼핏 보면 의료 현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병원만큼 복잡한 인간관계와 조직문화가 공존하는 곳도 드물다.

필자는 대학병원에서 이비인후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흔히 병원은 ‘실력’ 하나로 평가받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의료진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낀 것은 조금 달랐다. 전공의 시절을 돌아보면 교과서에는 없는 생존 전략들이 절실했다. 교수님이나 선배들의 눈치를 누구보다 빨리 파악해야 했고, 수술방에서는 말보다 손짓, 눈빛을 먼저 읽어야 했다. 수술 동의서를 받을 때는 환자는 물론 보호자의 요구도 알아서 파악하고 한 번에 해결하는 센스를 발휘해야 했다. 후배들에게 일을 부탁할 때는 그 후배의 업무 현황과 기분까지 파악해야 했다. 병원도 사람이 함께 일하는 조직이다. 의학 지식과 술기 못지않게 소통과 팀워크, 조직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최근 병원 문화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MZ세대 의료진 비중이 늘면서 권위적인 위계질서보다는 효율적인 소통과 상호 존중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중이다. 물론 의료현장에서 단순히 조직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불필요한 관행은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의료라는 특수한 환경을 완전히 개인주의로 접근할 수는 없다. 좋은 진료, 안전한 의료는 서로를 신뢰하고 팀으로 움직일 때 가능하다.

이비인후과처럼 다학제 협업이 잦고 외래, 병동, 수술실을 오가는 진료과에서는 이런 ‘비공식적 역량’이 특히 중요하다. 수술 한 케이스를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의사의 개인 능력만이 아니다. 마취과, 간호사를 포함한 동료 의료진과의 긴밀한 협업 그리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팀워크가 핵심이다.

병원은 24시간 많은 사람이 모여 일하는 복잡한 공간이다. 그래서 의료진에게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소통, 팀워크,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가 더 요구된다. ‘수술 잘하는 의사’ ‘실력 있는 의사’ ‘친절한 의사’는 의사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개인적 소양이다. 병원이라는 조직에서는 이런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늘 소통하고 협업하며 모든 센스를 동원해 ‘병원판 회사생활 꿀팁’을 늘 고민하고 전수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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