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시험설비 갖춰→국내 전력기기 업체 수출 경쟁력↑
![KERI 연구팀이 고전압 시험동에서 인공 낙뢰(번개) 모의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전기연]](https://image.inews24.com/v1/dc7a4983e65e02.jpg)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K-전력기기 산업이 호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숨은 영웅(Unsung Hero)’ 역할을 하는 한국전기연구원(KERI) 시험인증 서비스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확산 등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확충 바람이 불며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노후화된 송배전 변압기 교체 수요까지 겹치면서 우리나라 전력기기 산업이 ‘슈퍼 사이클’ 시기를 맞고 있다.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와 매출 실적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K-전력기기가 호평을 받는 이유는 단연 고품질이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시험과 검증이 필수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송·변전소와 배전 계통을 거쳐 가정과 각 생산 공장까지 유입되기까지는 차단기, 스위치, 케이블, 개폐기 등 아주 다양한 전력기기가 사용된다.
낙뢰(번개) 등 천재지변과 같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전력기기에 이상이 발생하고, 이를 잘 견디거나 제대 해결하지 못하면 정전이나 화재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KERI는 이러한 전력기기가 가혹한 조건인 큰 전류(대전력)나 높은 전압(고전압)을 받는 이상 조건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하는지 엄격하게 시험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적서나 인증서를 발급해 주는 업무를 수행한다.
KERI 시험인증은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976년 설립 당시 ‘한국전기기기시험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본래 연구개발보다 시험인증을 주된 목적으로 탄생했다.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역사와 함께해 오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현재는 이탈리아 CSEI에 이은 세계 2위 수준의 첨단 시험설비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KERI 연구팀이 고전압 시험동에서 인공 낙뢰(번개) 모의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전기연]](https://image.inews24.com/v1/a489a81ce8c200.jpg)
KERI는 세계 전력기기 산업계에서 가장 높은 권위를 가진 시험인증 분야 협의체인 ‘세계단락시험협의체(STL)’의 정회원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흔히 많이 알려진 ‘UL’ 인증처럼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에서는 STL 정회원 자격을 보유한 시험인증 기관이 발급한 성적서만 그 가치를 인정받고 통용된다.
STL 정회원은 전 세계에서 12개 국가와 기관만 자격을 가질 정도로 그 기준이 매우 높다. 그 중 하나가 KERI이다. 아시아 대륙에서는 독보적 권위로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을 넘어 멀리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에서도 연구원에 시험을 의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KERI라는 시험인증 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은 전력기기 시장에서 그 의미가 크다. 국내 전력기기 제조업체들이 비싼 운송비와 시험료를 내면서 해외 시험기관에 갈 필요가 없이 KERI에서 빠르게 시험을 받을 수 있어 수출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만 해도 KERI만큼의 시험설비 인프라를 가진 곳이 없어 비싼 돈으로 한국까지 무거운 제품을 가져와 수개월~수년 동안 시험을 받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들에게는 KERI의 존재가 아주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높아진 K-전력기기의 위상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닌, 수십 년간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 온 KERI 시험인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KERI 측은 강조했다.
KERI의 높은 국제 인지도를 활용해 국내 제조사들의 의견과 애로사항을 STL 등 국제 시장에 적극 개진해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게 하고 있다. KERI가 보유한 세계적 기술력과 우수한 인력을 기반으로 국내 제조사들을 위한 다양한 시험인증 교육을 진행하며 업체들의 역량 향상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정기 교육을 통해 전력기기 국제 규격의 개정 동향을 발 빠르게 전달하며 관련 종사자들의 기술 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 밖에도 KERI는 시험성적서 브랜드가치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각종 국제 전시회 참가와 시험 고객사 방문 등 대외 홍보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연구원의 시험성적서 글로벌 인지도 강화는 곧 이를 활용하는 국내 전력기기 업체의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남균 KERI 원장은 “우리나라가 정전율이 낮고,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깨끗한 전기를 받을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KERI 시험인증을 거친 고신뢰성 전력기기 덕분”이라며 “전 세계 전력기기 관련자들이 KERI 로고만 봐도 제품을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인지도와 역량을 꾸준히 높여나가 K-전력기기 르네상스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