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키는 것일까? 뺏기는 것일까? 내어주는 것일까? 뺏는 것일까?
인류의 역사는 뺏고 뺏기는 과정의 연속이다. 우리가 '지켰다'고 말하는 것조차도 사실은 일시적인 점유에 불과하며, 결국은 더 큰 힘에 의해 다시 빼앗기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는 단순한 영토의 확장 문제를 넘어, 문화와 전통, 사상과 가치관의 충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제국주의 시대는 발견을 명분으로 정복을 진행했고, '더 나은 것'을 제공한다는 미명 아래 피정복자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소멸시켰다. 하지만 그 과정이 언제나 정당했거나 피정복자들에게 혜택만을 안겨준 것은 아니었다. 우리의 인류는 피가 흥건한 바닥 위에 세워진 것이고, 현재는 피보다 더 잔인한 이념의 혈투를 벌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땅을 '발견'한다는 것은 그 지역을 '소유'할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이었고, 정복의 출발점이었다는 점이 명확하다. 어느 시대나 개척자, 탐험가 뒤에는 발견과 발명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위한 투자자가 있기 때문이다. 피가 흥건한 전쟁터도 무기를 판매하는 국가가 있고, 구매해 사용하는 국가는 반드시 있다. 그리고 전쟁에 승리한 국가에 투자한 사람들은 막대한 부를 이루었다.
이 모든 과정에 누군가는 뺏고, 누군가는 지키고, 다시 뺏고, 다시 지키는 과정을 반복하다. 피를 흘릴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말이다. 욕망 이상을 얻고자 하는 인간종이 존재하는 한 이러한 침략의 시대는 계속되겠지?
현대 사회의 침략은 더 고도화 되고 있다. 기술 개발을 기반으로 인터넷 세상, 전자화폐, 우주 산업 등 실체 하지 않았던 공간이나, 기존의 거래 약속을 활용, 인간종의 손이 미치지 않았던 우주 공간에 문화와 문명을 선점 하면서 더 큰 침략의 기반이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의 산업 발전이 이를 증명하듯이 경제적 지배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정복이 이루어졌고, 다국적 기업들은 신흥국가의 시장을 장악하고, 경제 시스템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했다. 과거에는 무력을 사용해 영토를 빼앗았다면, 이제는 금융과 자본의 흐름을 이용해 주도권을 잡았다.
이러한 과정을 실행하는 사람들, 또는 설계자들은 대부분 '더 나은 것' '더 편한 것' '더 살기 좋은 세상' 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다. 승자 기준으로 해석되고 승자가 기록하는 일방적 '더'이다. 객관적 '더'라는 지표는 허울에 불가하다.
하지만 뺏는 자는 언젠가 뺏기는 자가 된다고 하였다. 이를 반복하면서 서로에게 치명적 위협을 줄 수 있는 힘과 이념을 가진 집단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러한 집단들이 서로 충돌하게 되면 어느 한 집단이 소멸에 가까운 상황이 될 때까지 더 치명적 침략의 형태를 가지고 올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누구도 경험해보지 않은 처절함과 이기심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현대사회는 무엇보다 협의와 합의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 협의와 합의의 과정이 매우 어려워 질 것 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내어주며 무엇을 빼앗아야 하는가? 이는 단순한 도덕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사회가 필연적으로 직면하는 본질적인 문제이고, 중요한 것은 뺏고 뺏기는 과정에서 얼마나 공정한 룰을 만들고, 상대를 인정하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가에 달려 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함성룡 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C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