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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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전 세계 각국은 미래 게임 체인저 기술로 주목받는 양자정보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자정보기술은 양자역학 원리 기반으로 기존 정보 기술 한계를 뛰어넘어 혁신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기술로 주목받는다. 정보 처리, 통신, 보안, 국방, 센싱 등 정보통신 전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기술이다.

물리학에서 출발한 양자역학은 전자 움직임, 광자 상호작용 등 미시 세계를 설명하며, 이를 기반으로 나온 양자정보기술은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

우리 정부는 양자 기술을 국가전략 기술로 선정해 양자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센싱, 양자 인프라 등 양자 정보 전 분야 기술 혁신과 장기 연구 및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자정보기술은 중첩, 얽힘, 복제 불가능성 원리, 불확정성 원리 등 양자역학의 독특한 특성이 기반이다. 이를 활용해 초고속 연산이 가능한 양자컴퓨팅, 보안성이 뛰어난 양자통신, 초고감도·고분해능이 가능한 양자 센싱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초고속 연산, 양자컴퓨팅

양자정보기술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정보 처리 능력 혁신이다.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를 활용해 양자 중첩·얽힘 원리로 기존 컴퓨터 한계를 넘어선 계산 능력을 제공한다.

이는 신약 개발, 신소재 설계, 금융 데이터 분석, 물류 최적화 등 슈퍼컴퓨터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빠르게 풀어낼 기술로 여겨진다. 구글은 2019년 양자 우위를 선언하며 특정 연산에서 양자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월등히 빠르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심지어 2024년 말 양자컴퓨터와 고전컴퓨터 성능 간격을 더욱 벌리는 결과를 발표했다.

앞으로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복잡한 과학 문제 해결과 더불어 기업·소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양자컴퓨터 실현·활용에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양자컴퓨터가 속성상 특정 분야에서만 고전컴퓨터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특정 분야만 우위에 있으므로 고전컴퓨터를 완전 대체하는 것은 아니고, 양자컴퓨터는 고전 컴퓨터와 상보 관계로 존재하며 특정 분야 문제를 풀 때 가속기 역할을 하면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오류를 줄이는 것이다. 양자 오류는 중첩·얽힘의 찰나적 지속성, 측정 오차 등으로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하드웨어(HW)적으로 양자칩을 잘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어렵다. 큐비트를 만드는 방법은 광자·초전도체·중성원자·이온 등을 이용하는데, 아직 오류를 줄이는 뚜렷한 연구결과가 없다.

최근 빅테크 CEO들이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기를 다르게 전망하는 이유도 이 양자 오류 보정 기술 성숙 시기에 대한 시각 차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HW 핵심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더해 소프트웨어(SW) 플랫폼도 중요하다.

SW 플랫폼은 크게 퀀텀 프로그래밍언어, 컴파일러, 오류정정 펌웨어, 디바이스 제어 펌웨어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오류정정 펌웨어는 HW 플랫폼 종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SW 플랫폼으로 양자컴퓨터는 제 성능을 낼 수 있게 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광자, 초전도체 등을 이용한 양자컴퓨팅 디바이스 개발과 함께 운용체계, 시스템 SW, 양자 알고리즘 및 응용 기술 등 HW·SW 연구를 지속 수행하고 있다.

2015년 시작한 양자컴퓨팅 연구는 양자 프로세서 디바이스 분야에서 2020년 광집적회로칩 기반 CNOT 게이트 구현에 성공, 2024년 8큐비트급으로 세계 최고 얽힘 신뢰도 성능을 확보했다. 또 양자 알고리즘 및 SW 분야에서도 2020년 양자 알고리즘 구동 전과정 모델링 및 자원 분석, 2022년 양자내성암호를 공략할 수 있는 최고 성능 수준 양자 알고리즘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향후 양자 프로세서에서 큐비트 수 확장과 함께 양자 오류 보정 기술, 양자 시스템 SW 기술, 실생활 양자머신러닝 및 양자 응용 기술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싱 등 양자기술은 다방면에서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싱 등 양자기술은 다방면에서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

◇초신뢰 보안, 양자통신

양자암호통신은 데이터 보안에 혁명을 가져올 전망이다.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해킹 시도를 감지하고 원천 차단하는 특성을 지녔다.

아주 우수한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더라도, 양자역학 물리학 법칙에 의해 원천적으로 절대적인 보안성을 제공하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국방·통신·정부망·금융·의료 등 보안이 중요한 분야에서 최고 수준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

중국은 2016년 2000㎞에 달하는 상하이-베이징 간 유선 양자 백본망과 양자 위성 '묵자' 발사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이 위성으로 1200㎞ 거리에서 안전한 양자암호통신 실용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국가가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며, 해킹이 불가능한 글로벌 양자암호통신 환경을 현실화하려 노력 중이다.

또 미래 양자 기기들을 연결할 수 있는 양자 인터넷 핵심 원천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는 통신 보안 강화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TRI는 2005년 국내 최초로 25㎞ 유선 양자암호통신 시연에 성공했으며 2018년 낮에도 양자 신호 전송이 가능한 실환경 무선 양자암호통신에도 성공했다. 또 양자암호통신 상용화·산업화를 위해 2022년 무선 양자키분배 송신부 광집적화 모듈과 2024년 유선 양자키분배 송신부 광집적화 모듈 개발을 완료해 기술 이전까지 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리고 2024년 얽힘 광자를 실환경망 포함해 유선 100㎞ 이상 전송에 성공했다. 향후 유무선 수신부 광집적화 모듈을 개발 완료할 예정이며 얽힘 광원, 양자 메모리, 양자 중계기, 양자 원격 전송 등 양자 인터넷 핵심 기술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초고감도 검출, 양자 센싱

양자센싱은 고도의 정밀 센서 기술이 요구되는 국방·의료·반도체·환경·우주 탐사 등 분야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양자센서는 기존 기술로는 탐지할 수 없었던 미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어, 바이오 및 뇌 신경 활동 분석, 지하 자원 탐사, 기후 변화 관찰 등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ETRI는 2024년 얽힘 광원을 이미징에 활용해 기존 현미경보다 높은 분해능·감도를 얻을 수 있는 양자 현미경 기술을 확보했다. 실험실 환경에서 구현했지만 향후 실환경 테이블탑 형태로 적용할 수 있도록 소형화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양자 현미경 기술과 함께 원거리 물체를 이미징할 수 있는 양자 라이다(LIDAR) 기술 확보에도 노력하고 있다.

무인 스마트 자동차 장거리 이미징, 드론·잠수함 탐지와 같이 대기 환경뿐 아니라 수중 환경에서도 물체를 탐지할 수 있어 국방과 여러 산업 분야에서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자정보기술의 미래

유엔은 올해를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 양자과학기술의 해'로 지정했다. 1925년 하이젠베르그 행렬역학과 슈레딩거 방정식이 만들어진 후 100년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함이다.

양자정보기술은 단순 연구 단계를 넘어 실용화·산업화를 위한 도약의 중요한 시점에 접어들고 있다. ETRI는 산·학·연 협력으로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제 연구 협력을 강화해 대한민국이 양자 기술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해외 주요 연구소·기업과 협력해 최신 기술을 공유하고, 글로벌 양자 생태계 중요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 양자 기술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ETRI-KAIST 양자 대학원, 고려대 주관 양자 대학원, KAIST 주관 양자 대학원, 포항공대 주관 양자 대학원, UST 양자정보 전공 등과 같은 국내 대학·기관과 협력해 양자 기술 교육을 수행하고 미래 양자 과학자·엔지니어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양자 기술 발전은 국가 경제·산업 전반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정부와 산·학·연이 협력해 양자 기술 R&D를 적극 지원하고, 산업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양자 기술 관련 핵심원천 기술 개발과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국내 양자 기술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양자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scbang@etri.re.kr

〈필자〉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전자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ETRI 연구원생활을 시작해 무선전송연구부장, 미래기술연구본부장, 통신미디어연구소장 등을 역임하고 2022년 말 원장에 취임했다. 그동안 디지털신호처리, 이동통신 등 분야에서 SCI급 논문을 다수 발표하고 1400건 가까운 국내외 특허출원, 721건 특허 등록 실적을 거뒀다. 2006년 국무총리 표창, 2014년 한국공학상, 2021년 해동기술대상을 받았다. 지난해는 통신 강국 발전 공로로 과학기술훈장 웅비장을 받았고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에 선정됐다. 2023년 제19대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연기협) 회장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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