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각국은 국가 안보와 경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략기술 분야에 대한 독립적인 기술주권 확보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전략기술은 국가 안보와 민간 수요를 충족하는 국가차원에서 확보해야하는 필수불가결한 기술을 의미하며, 기술주권은 어떠한 국가·연방이 자국의 복지, 경쟁력에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을 직접 공급하거나 다른 경제권으로부터 일방적인 구조적 의존 없이 조달할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반도체나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며, 기술이 국가 주도권과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패권 경쟁의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미래에 중요한 유망기술을 발굴하고 이를 육성하는 전략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 발전이 국가의 경쟁력과 생존을 좌우하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데 데이터 기반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다.
특허 데이터는 다양한 국가에서 공개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접근할 수 있고, 매년 약 300만건이 새롭게 축적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특정 기술의 발전 속도, 기술적 공백, 선도 기업 및 국가의 전략을 알 수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5억건이 넘는 특허 데이터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은 기술 동향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의 연구개발(R&D) 투자 방향을 설정하며,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활용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술 개발의 성숙도, 시장 진입 가능성, 경쟁국 대비 우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이 과정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대기업 및 연구기관 간 협력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 기술 혁신의 확산을 촉진하고 국가 차원의 기술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특허 데이터는 발명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1년 6개월의 비공개 기간이 존재하며, 일부 기업은 중요한 기술을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거나 특허 출원을 지연시킬 수 있어, 분석의 정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특허뿐만 아니라 논문, 시장 데이터, 무역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에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은 미래시장 선점 및 국가 경쟁력을 주도할 미래유망기술을 보다 객관적 기준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미래유망기술 발굴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 시스템은 특허, 논문, 시장/무역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한 종류의 데이터에서 오는 분석 결과의 편향을 줄이고,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에 맞추어 주요 분석 인자들에 대한 가중치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 기술의 발전 속도, 시장 잠재력, 국제적 경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기술을 경제적 번영과 국가 안보를 지키는 핵심 자산으로 보고 있으며,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바이오테크 등은 기술패권 경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유망기술을 조기에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하지 않는다면 국가적 차원에서의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크다. 따라서 기술패권경쟁 시대에는 유망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출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국가 생존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특허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미래유망기술 발굴 시스템'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 유망기술을 지원하고 기술혁신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초격차 기술의 확보와 기술 경쟁에서의 우위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산업이 이러한 미래유망기술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유망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속히 갖추게 되길 기대한다.
이강우 연세대 의과대학 겸임교수·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전략기획본부장 lkwspct@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