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C 2025 in Seoul] 유재구 다쏘시스템 메디데이터 리더 “80% 실패하는 임상, AI가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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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C 2025 in Seoul] 유재구 다쏘시스템 메디데이터 리더 “80% 실패하는 임상, AI가 바꾼다”

  • 기자명 김동원 기자
  • 입력 2025.05.22 15:41

팬데믹이 바꾼 신약 개발 속도 전쟁, AI가 해법
지역·인력·조건까지 고려한 AI 임상시험 설계 도입

유재규 다쏘시스템 메디데이터 세일즈리더는 “AI를 활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누가 더 빨리, 더 잘 활용하느냐가 앞으로 신약 개발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유재규 다쏘시스템 메디데이터 세일즈리더는 “AI를 활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누가 더 빨리, 더 잘 활용하느냐가 앞으로 신약 개발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질병, 새로운 바이러스와 신종 감염병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마주한 병은 생명을 앗아가는 위험 그 자체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다. 이 신종 바이러스는 인류의 건강뿐 아니라 국가 간의 연결을 끊어놓는 계기가 됐다.

문제는 이런 전염병의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 2002년 사스, 2012년 메르스, 2019년 코로나19까지 인류를 위협한 감염병의 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있다. 새로운 감염병이 언제 다시 출현할지 알 수 없는 지금, 신약 개발의 속도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러나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분명한 장벽이 존재한다. 바로 임상시험이다. 많은 후보물질이 실험 설계 미비나 환자 모집 실패로 임상 단계에서 탈락하고 있다. 이처럼 구조적 병목이 반복되면서, 실제 환자에게 전달되는 신약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유재규 다쏘시스템 메디데이터 세일즈리더는 2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열린 ‘AWC 2025 in Seoul’에서 이러한 임상시험의 병목 문제를 인공지능(AI)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메디데이터는 프랑스 소프트웨어 기업 다쏘시스템의 자회사로, 임상시험 데이터 관리와 분석에 특화된 기업이다.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과 통합해 신약 개발부터 임상시험, 제조 공정까지 생명과학 전 주기를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금의 임상시험은 비효율적인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임상시험의 80% 이상이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50%는 타깃 환자 확보 자체에 실패하고 있다”며 “특히 환자 1명도 등록하지 못한 채 종료되는 사례가 30% 이상이라는 점은 단순한 시행착오가 아닌 구조적 비효율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AI는 이 복잡한 퍼즐을 설계 단계부터 다시 짜도록 돕는 도구라고 밝혔다. 메디데이터는 현재 약 3만 4000건 이상의 종료된 시험 임상 데이터와 현재 진행 중인 8000건 이상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한 환자 수는 약 100만 명이다. 이뿐만 아니라 145개국에 이르는 병원과 연구자들의 데이터도 있다. 메디데이터는 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임상시험의 문제를 풀고 있다. 어떤 질병의 임상시험 모집은 어느 지역이 유리한지, 해당 시험에 어떤 AI 기술이 좋은지, 연구자들의 퍼포먼스는 어떤지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설계에 반영한다.

일례로 임상시험에서는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조건으로 시험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 요소다. 단순히 이전에 결과가 좋았던 병원이나 의사에게 맡기는 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환자 분포, 경쟁 중인 시험 수, 병원과 연구자의 가용 리소스, 현장의 컨디션까지 반영해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다. 메디데이터는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와 AI로 이 문제를 풀고 있다.

임상시험의 실패 원인 중 하나인 환자 이탈 문제에도 AI를 사용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관절염이나 만성질환처럼 생명이 위급하지 않은 치료제는 고령 환자의 이탈률이 높다. 병원 접근성이 낮거나 방문이 반복되는 경우 그 문제는 심각하다. 일부 제약사는 환자를 병원까지 데려가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제약사 입장에선 부담이다. 메디데이터는 수치화한 ‘환자 부담 인덱스’를 개발해 이 문제를 풀고 있다. 이 인덱스는 환자가 임상시험 과정에서 느끼는 물리적, 정서적 부담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프로토콜 설계에 반영하는 도구다. 병원 방문 횟수, 거리, 검사 복잡도, 고령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해 점수를 매기며, 점수가 높을수록 이탈 위험이 크다는 경고 신호로 작용한다. 

메디데이터는 이 지표를 활용해 이탈 가능성이 높은 구간을 사전에 식별하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병원과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원자의 중도 이탈이 발생하면 단순한 일정 지연을 넘어, 환자 재모집에 수십억 원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인덱스의 사전 분석 기능은 매우 실질적인 가치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유 리더는 “중간에 환자가 빠지면 임상을 다시 모집해야 하는데 제약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AI를 활용하면 이런 리스크를 사전에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 이후의 제조 과정에서도 AI의 역할은 확대되고 있다. 백신 수요가 급증했던 팬데믹 당시, 기존 공장을 버추얼트윈으로 구현해 빠르게 서브 공장을 복제하거나, 공정 병목을 개선한 사례가 공유됐다. 세포치료제나 유전자치료제와 같이 병원 근처에서 생산을 요구하는 치료제는 공간 설계와 생산 효율이 중요한데, AI는 자재 동선, 인력 배치, 장비 운용 계획 등을 시뮬레이션해 공장 설계를 돕는다.

AI는 진단과 수술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그는 실제 다쏘시스템의 한 시뮬레이션 전문가는 자녀의 심장 수술을 앞두고 가상 심장 모델을 만들어 수술 시나리오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수술은 성공했다고 한다. 다쏘시스템은 현재 심장뿐 아니라 뇌, 췌장 등 다양한 장기를 대상으로 한 가상 시뮬레이션이 개발 중이다. 또 미국 FDA와 공동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유 리더는 파츠 리치아 미국 FDA 약물평가연구센터 국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AI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I와 머신러닝은 더 이상 미래의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생활하고 일하는 방식의 일부가 됐다”면서 “데이터의 양과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치료제를 개발, 제조, 사용하고 평가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활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누가 더 빨리, 더 잘 활용하느냐가 앞으로 신약 개발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WC in Seoul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인공지능 전문매체 더에이아이(THE AI), 디지틀조선일보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하는 국내 대표 의료 AI 행사다.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이번 행사는 차병원과 함께 ‘AI, 인류 난제를 풀다’라는 주제로 저출산과 의료 공백이라는 이중 과제를 중심에 두고,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지 집중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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