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티비즈 김문구 기자] ‘인공지능(AI) 인재를 잡아라.’
정부와 국내 주요 IT기업들은 최근 유럽·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AI 및 과학기술 고급인재 유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AI 우수 인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융합 분야 두뇌유출 방지 및 인재 재유치를 위한 박사후연구원 채용에 본격 착수했고, LG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찾아가는 채용 행사로 글로벌 AI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 과기정통부, 박사후연구원 400명 채용…5년간 3000억 투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4개 과학기술원은 AI 융합 분야(AI+S&T)의 첨단전략 연구를 이끌 ‘이노코어(InnoCORE) 연구단’ 8개를 선정하고, 이를 통해 국내·외 최고 수준 박사후연구원(Postdoctoral researcher) 400명 채용을 본격화한다.
과기정통부와 과학기술원은 이번 박사후연구원 채용을 통해 국내 박사급 고급인재의 두뇌유출 방지 및 리쇼어링(Reshoring, 재유치), 해외 우수 신진인재 유치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과학자들의 국제교류와 이동이 더욱 확대되는 추세를 적극 활용하여, 국가 간 이동이 보다 용이한 우수 신진급 연구인력인 박사후연구원 유치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노코어(InnoCORE; AI 융합 분야 혁신(Innovation)을 이끌 핵심(CORE) 연구인력을 육성한다는 의미) 사업은 4대 과학기술원 출연금 사업으로, AI+S&T 분야 중심으로 국내 우수 산·학·연 연구기관과의 협력형 융합연구를 지원한다. 하지만, 이 사업의 더욱 중요한 목적은 국내외 최상위 박사후연구원 400명을 채용하는 박사후연구원 중심 집단·융합연구를 통해, 최고의 연구성과를 창출해 낼 우수 청년연구자로의 성장과 국내 산·학·연 연구생태계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데 있다. 더욱이, 과학기술 분야 AI 활용이 본격화되는 연구개발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AI 융합 분야 고급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AI를 중심으로 격화되는 전 세계적 과학기술 인재 확보 경쟁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시급성을 감안해,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으로 반영되었으며, 2025년 300억원(6개월분)을 시작으로 5년간 3,000억원을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최근 딥시크의 사례에서 보듯, 박사후연구원은 첨단기술 연구생태계의 핵심 주체로 발돋움할 성과 창출 잠재력이 높은 청년연구자임에도, 그간 국내에서는 임시직이라는 인식이 강해, 지원규모와 처우 등 국내 포닥생태계 확충을 위한 지원이 다소 부족했다.
구체적 수치를 보면, 세계적 선도대학인 MIT의 경우 전임교원보다 1.4배 많은 박사후연구원이 채용되어 최첨단 연구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4대 과학기술원에 채용된 박사후연구원은 전임교원 수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더욱이 4대 과학기술원 박사후연구원의 평균 연봉은 MIT의 41% 수준으로, 국내 박사학위자가 미국 포닥으로 취업하는 등 고급 과학기술 인재의 해외유출이 빈번한 상황이었다.
우수 연구역량을 갖춘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들의 국내 정착과 국제적 연구자로의 성장을 지원하는 포닥 연구생태계 조성을 위해, 동 사업을 통해 선발된 박사후연구원에게 연 9천만원의 연봉을 보장한다. 아울러, 해외에서 더 높은 연봉을 받던 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연구단 참여기업 또는 타 연구과제를 매칭해 추가 지원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4개 과학기술원은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안 확정 직후, 외부 전문가 평가를 거쳐 △AI모델, △제조AI, △AI바이오, △AI에너지 등 AI 융합 분야 8개 이노코어 연구단을 선정하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 혁신성뿐만 아니라 동 사업의 목적에 부합하는 박사후연구원 채용 계획과 성장 지원계획의 구체성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였다.
8개 이노코어 연구단은 과학기술원 간 융합연구뿐만 아니라 협업이 필요한 국내·외 산·학·연 연구기관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방형 연구단 형태로 운영한다. 더욱이, 과학기술원 교원뿐만 아니라 참여 연구기관의 연구자가 복수로 박사후연구원 멘토로 참여하여, 이들의 출연연·기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연계해 나갈 계획이다. 선정된 8개 연구단은 6월 말까지 세부 연구계획을 구체화해, 7월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4개 과학기술원은 연구단의 연구내용에 맞춰 포닥 400명 채용절차에 본격 착수한다. 특히, 해외 우수 신진인재 유치 및 재외한인 신진연구자의 재유입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해외 채용설명회 및 홍보 활동을 6월 중 집중적으로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해외 채용설명회는 AI 융합 분야 박사급 고급인재가 밀집된 글로벌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6월 18일 하버드·MIT가 소재하고 있어 한인 유학생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보스턴 지역을 시작으로, 6월 20일 KAIST–뉴욕대 공동캠퍼스와 글로벌 AI 프론티어 랩을 운영 중인 뉴욕 지역, 6월 23일 스탠포드 대학과 AI 빅테크 기업들이 위치한 실리콘밸리 지역까지 현지 설명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 학술지 네이처, 사이언스와 링크드인 등 글로벌 홍보를 비롯하여, 참여 연구기관의 해외 협력기관과 한인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 재외한국과학기술자협회, 한인학생회 등을 활용한 홍보 활동 및 적극적인 인재영입 노력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AI 융합 분야 박사급 인재는 이미 세계 각국이 확보에 사활을 거는 국가 전략자산”이라며, “이노코어가 청년 과학기술인들이 미래 대한민국과 세계를 주도하는 핵심연구자로 도약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하며, 우리나라가 국내와 해외 연구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선도적인 박사후연구원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LG전자, 글로벌 최대 AI 학회서 인재 확보 박차
LG전자(대표 조주완)는 AI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해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학회를 찾았다.

LG전자는 지난 6월 11일부터 15일(현지시간)까지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국제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학술대회(CVPR) 2025’ 현장에서 AI 인재채용 행사를 열었다. CVPR은 AI의 눈으로 불리는 컴퓨터 비전 분야를 주제로 한 세계 최고 권위 학회다.
CTO부문 인공지능연구소에서 비전 인텔리전스연구실장을 맡고 있는 김재철 상무가 학회를 찾아 네트워킹을 주도했다. 사업 분야와 연관성이 높은 논문 저자들과의 개별 미팅은 물론이고, LG전자 AI 기술 및 성과를 소개하는 ‘LGE AI 나이트(Night)’ 행사도 주관했다. LGE AI 나이트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개발 아이템과 그간 국제 학회 등에서 소개됐던 논문들을 중심으로 LG전자가 비전 AI 분야에서 가지고 있는 기술력 및 개발 로드맵을 소개했다.
LG전자는 지난 2022년부터 매년 CVPR에 참석해 인재 확보 차원의 네트워킹 행사를 주관하고 있으며, 3년간 CVPR을 통해 AI 분야 우수 인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또 이달 말에는 미국 뉴저지에서 해외 우수 인재 채용 프로그램 ‘북미 테크 콘퍼런스’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대학에서 AI를 전공하는 석·박사과정 학생 및 연구원은 물론이고 해외 우수 대학에서 AI를 전공중인 한국인 유학생들을 주로 초청해 진행하는 이러한 채용 행사는 회사 관점의 맞춤형 AI 인재 확보는 물론이고, 국내 이공계 우수 인력의 ‘리쇼어링’을 유도하며 국가 AI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또한 LG전자는 국내에서도 전국 유수 대학과 함께 채용계약학과, 타겟랩(Target Lab.) 등을 운영하며 AI, 빅데이터, SW 등 미래기술 분야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재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포스텍, 한양대 등 5개 대학에서 운영 중인 채용계약학과가 신입생을 모집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미래 준비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AI 우수 인재 확보 및 육성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SK하이닉스, AI 인재 찾아 실리콘밸리서 ‘글로벌 포럼’ 개최
SK하이닉스는 풀 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Full Stack AI Memory Provider)로서의 비전을 함께 실현할 글로벌 인재를 찾아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1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Santa Clara)에서 ‘2025 SK 글로벌 포럼’을 개최했다.

SK 글로벌 포럼(SK Global Forum)는 미국 내 인재들을 초청해 회사의 성장 전략을 공유하고 최신 기술과 글로벌 시장 동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현지 우수 인재를 발굴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생태계를 전방위로 확장하기 위해 컴퓨팅 시스템에 대한 역량을 강화할 시점”이라며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과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 포럼에 시스템 아키텍처 세션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달리 초청 인재들이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회사는 이 곳에 HBM과 고용량 eSSD, LPCAMM2 등 AI 데이터센터와 온디바이스 AI 설루션 핵심 제품들을 전시했다. 아울러 회사가 쌓아온 기술 리더십과 혁신의 발자취를 소개하는 연혁 게시물도 함께 선보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 포럼에도 곽노정 CEO와 김주선 AI 인프 사장(CMO), 안현 개발총괄 사장(CDO), 차선용 미래기술연구원장(CTO) 등 C레벨 경영진이 직접 참석해 초청 인재들과 교류에 나섰다.
곽 CEO는 개막 기조연설을 통해 AI 시대에 대응하는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 안 CDO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과 제품 개발 로드맵에 대해 소개했다.
SK하이닉스 신상규 부사장(기업문화 담당)은 “글로벌 포럼을 통해 꾸준히 우수 인재를 영입하면서 회사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며 “AI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 확보 노력을 지속해 SK하이닉스의 르네상스 여정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