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 시대가 오면 스포츠는 어떤 일을 할까?[유상건의 라커룸 안과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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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도 ‘게임 체인저’가 된 인공지능(AI).

스포츠에서도 ‘게임 체인저’가 된 인공지능(AI).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이번 학기부터 ‘창의적 사고를 위한 프레임워크’라는 수업을 하고 있다. 수업은 논리적인 사고법을 익히고 이를 현실 문제에 적용해 창의적 해법을 찾도록 고안됐다. 수업마다 마지막에 특정 주제의 문제 해결을 시도한다. ‘오르막이 심하고 긴 등굣길을 어떻게 안전하고 편안하게 만들 것인가’, ‘거짓말에 절대 속지 않는 방법’ 같은 주제를 놓고 토론한다. 학생들의 발상이 참신해 즐거워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창의성을 가르친다면서 결국 기존의 틀 안에서 답을 찾으라는 방식이 너무 주입식이 아닌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 문제를 풀 효율적인 길이 앞에 있는데 정작 인간보다 더 창의적인 존재와 경쟁하는 아이러니라니.

사실 스포츠 현장은 이미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야구, 축구는 물론 도핑 검사와 부상 예측, 경기 전략까지 깊숙이 침투해 있다. 논문 지도 학생과는 태권도 발차기 학습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한계를 넓히는 지능형 파트너로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김대식 KAIST 교수의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를 읽다 눈이 번쩍 뜨였다.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즉 범용인공지능은 특정 과제에 특화된 AI와 달리 인간처럼 다양한 문제를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며 감정적 반응까지 흉내 낼 수 있는 존재다. 즉, 인간의 지적 능력을 대체하거나 초월할 가능성을 가진 지능체다. 그렇다면 곧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

전문가들은 AGI 등장으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첫째는 유토피아 시대의 도래다. AGI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해 인류를 ‘밥벌이의 고통’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 기후 위기나 전쟁 같은 거대 문제도 해결돼 인류는 ‘빵과 서커스’ 중 서커스에 집중하게 된다. 로마 시대에 원형경기장에서 서커스를 해결했다면, 미래의 인류는 훨씬 다양하게 서커스를 즐길 것이다. 인간의 본능과 창의가 교차하는 새 규칙, 도구, 신체 표현 양식의 스포츠를 만들어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몸과 감각을 탐구한다.

둘째는 터미네이터 시대의 현실화다. AGI가 인간을 불필요한 존재로 판단하고 ‘인류 절멸 작전’에 나서면 인류는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존 코너 저항군 대장’의 지휘 아래 전장에 나서야 할지 모른다. 전투에 필요한 체력을 만들기 위해 체육은 근력, 민첩성, 반응 속도, 지구력 등 향상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기술의 정점이 오히려 인간의 원초적 신체 능력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몸이 있어 존재하고, 움직임으로 자신을 증명한다. AI가 인간의 생각을 대신 해주고 AGI가 감정을 모사하더라도 몸으로 느끼고 땀으로 교감하는 인간의 행위는 대체할 수 없다. 스포츠는 인간성의 마지막 증거다. AGI 시대에도 스포츠는 인간이 인간으로 남는 방식이다. 그런데 미래에 스포츠는 ‘창조와 유희’의 길로 갈까, ‘생존과 저항’의 수단이 될까.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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