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에 너무 신경썼는지, 머리가 먼저 들리더라고요. 제 플레이를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8일 강원도 원주 성문안(파72)에서 만난 박민지는 시원섭섭해보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총상금 12억원)에서 사상 첫 단일 대회 5연패에 도전했다가 공동 39위로 마무리한 뒤였다. 이날 박민지는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3개로 1오버파 73타를 쳐 최종합계 3언더파 213타, 공동 39위를 기록했다.
박민지는 이 대회에서 2021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여자골프에서 단일대회 4연패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5연패에 도전했지만 퍼트 난조로 대기록 도전을 아쉽게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박민지에게는 큰 기대가 몰렸다. 단일 대회 5연패, 그리고 투어 최다 우승 타이(20승) 달성을 한번에 해낼 수 있는 대회였기 때문이다. 그는 "부담이나 긴장은 없었는데, 저도 모르게 성적을 신경쓴 것 같다"고 털어놨다. "머리를 들더라도 박인비 언니처럼 옆으로 들어야 하는데 공을 보고싶어서 머리를 들었다. 자꾸 이러는 나를 보고 '내가 너무 앞서가고 있구나'하고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그래도 그의 자존심이 커트탈락만은 용납할 수 없었다. 2라운드에서 '집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경기를 했고, 이날 하루 5타를 줄이며 5연패를 위한 불씨를 살렸다. 박민지는 "그래도 디펜딩 챔피언인데 커트탈락을 해서는 안된다 싶었다"며 "여기 성문안 주말 그린피가 39만원이라고 들었다. 이렇게 좋은 골프장에서 하루라도 더 쳐야 한다는 점도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쉽게 최종라운드를 마무리했지만 박민지에게는 퍼트감이라는 과제를 확인한 귀한 경기였다. 그는 "샷감은 정말 좋은데 1~2미터 퍼트를 10개 이상 놓친 것 같다"며 "그래도 샷이 좋아서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믿는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2017년 KLPGA투어에 데뷔한 박민지는 매해 우승을 더해 지금까지 통산 19승을 갖고 있다. 1승만 더하면 故 구옥희와 신지애가 보유한 역대 최다 우승(20승) 기록과 타이를 기록한다. 그리고 9년 연속 우승 기록도 달성할 수 있다. 그는 "지금 흐름이 좋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 9년 연속 우승 기록을 위해 계속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원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