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달러 美 '골든돔'…양자·AI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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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달러 美 '골든돔'…양자·AI에 달렸다

피터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중국의 미래 군사적 위협에 맞서 한국 등 우방국이 ‘골든 돔’ 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구축하겠다고 밝힌 새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 돔은 첨단 센서로 무장한 위성군과 드론, 레이저 무기로 적국의 미사일을 발사 초기에 제거하는 것이 목표다.

2조달러 美 '골든돔'…양자·AI에 달렸다

골든 돔이 완벽하게 작동하려면 2조달러 이상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미·대중 외교 균형의 시험대에 선 이재명 정부가 골든 돔에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 동맹의 양상이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골든 돔의 성패가 인공지능(AI)과 양자(퀀텀) 기술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극초음속·탄도·순항·잠수함발 미사일 등의 동시 공격 궤도를 수백분의 1초 이하 단위로 분석해 요격하려면 초고속 AI 연산 능력을 갖춘 양자컴퓨터가 필수여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원자력 발전량을 400GW로 늘리면서 소형모듈원전(SMR)을 주요 군사시설에 두겠다고 한 것도 골든 돔에 필요한 전력을 24시간 조달하려는 목적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미국 에너지부(DOE)는 SMR보다 진보한 청정 에너지원인 ‘소형 핵융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형 핵융합 기술인 Z-핀치와 세타-핀치는 수소폭탄의 과학에서 비롯됐다.

수소폭탄은 원자폭탄 1000개 이상의 파괴력을 가져 ‘핵폭탄의 제왕’으로 불린다. 수소폭탄을 처음 설계한 리처드 가윈 미국 컬럼비아대 물리학과 교수와 시어도어 포스톨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 교수는 2017년 “미국은 북한의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막기 어렵다”는 내용의 논문을 냈다. 상승 단계인 ‘발사 후 5분’이 지나면 불꽃 등이 사라져 미국의 군사위성이 더 이상 ICBM을 감지할 수 없다는 경고였다.

가윈과 포스톨 교수는 이를 ‘미국 안보의 어둡고 깊은 구멍’이라고 했다. 골든 돔은 8년 전 이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거대과학 프로젝트다.

美 골든돔에 HD현대·한화 등 합류 거론…"새 정부서도 우주·방산기술 확보 나서야"
"미래 국방은 에너지 기술이 좌우…소형핵융합·SMR 등 적극 육성을"

핵전쟁을 총괄하는 미국 전략사령부의 기밀 작전에 한국인 최초로 참가한 이정웅 전 육군 미사일전략사령관(예비역 중장)은 “미래 국방력은 에너지 신기술이 좌우한다”며 “소형 핵융합과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산업을 넘어 5000만 국민의 생사가 걸린 안보 문제”라고 강조했다.

북한을 24시간 365일 감시하는 미국의 우주기반 적외선 시스템(SBIRS) 위성은 지구 상공 3만6000㎞에 떠 있는 관광버스 크기의 대형 위성이다. 9일 미 국방부와 각군 사령부, 정보당국 및 물리학계 등에 따르면 북한이 미국 본토로 핵탄두(수소·원자폭탄)를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다고 할 때 이 위성이 ICBM의 불꽃을 감지하는 시간은 단 0.1초다.

이 정보는 알래스카 등 미국 전역 우주군 기지를 거쳐 콜로라도주 깊은 산속 지하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에 전달된다. 네브래스카주에 있는 미 전략사령부는 이를 2분 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평소에 준비한 핵전쟁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전략사령부는 미 육·해·공군과 우주군, 해병대 모든 군종을 지휘할 권한을 갖는다.

미국은 본토에 대한 핵 공격이 감지되는 순간 발사 거점에 융단폭격을 퍼붓는다. 전략사령부를 1992년 창설한 조지 W 부시 이후 모든 대통령이 일관되게 지키는 원칙이다. 미국이 현재 보유 중인 원자폭탄 3700여 기는 모두 ‘핵폭탄의 제왕’으로 불리는 수소폭탄이다. 미국은 먼저 북한을 향해 ICBM 미니트맨-3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로 82기 핵탄두를 북한의 지도부와 군사 시설 82곳에 투하한다. 한반도를 지구에서 사라지게 할 수소폭탄들이다. 미국 와이오밍주, 몬태나주, 노스다코타주 등에 있는 지상 ICBM 400기에 실린 수소폭탄도 일제히 발사된다.

골든 돔은 지구 종말을 부를 수밖에 없는 이런 핵전쟁을 막고 적국에 ‘핀셋 타격’을 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ICBM은 점화·추진 단계 5분이 지나면 더 이상 보이지 않고 SBIRS로도 추적이 안 된다. ICBM은 100초 남짓한 하강 단계에서 초속 7.8㎞(마하 23) 이상으로 돌진하기 때문에 요격 성공률이 50% 안팎에 불과하다. 그동안 ICBM 방어체계는 하강 단계만을 타깃으로 했다. 골든 돔은 ICBM의 점화·추진 단계와 중간 비행 단계 요격을 목표로 한다. 마하 10(초속 3.4㎞) 이상 극초음속 미사일 등은 빛의 속도(초속 30만㎞)를 가진 레이저로 요격한다.

포스톨과 가윈은 북한 ICBM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대량의 드론을 1년 365일 내내 동해 모처에 띄워놓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 ICBM 발사 후 5분 내 요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 우주군이 L3해리스와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먼과 함께 차세대 감시위성 사업(OPIR)을 추진하는 이유도 드론과 연계해 적국의 미사일을 어디서든 요격하기 위해서다.

골든 돔에 참여할 수 있는 국내 대기업으로는 HD현대그룹과 한화그룹 계열 방산업체들, LIG넥스원 등이 꼽힌다. HD현대그룹 관계자는 “모든 산업의 동력인 에너지 기술의 근원을 찾다 보면 모두 우주, 국방 기술로 귀결된다”며 “고부가가치 우주 기술을 확보하는 데 새 정부가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강경주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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