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올 때마다 늘 기대되고 설레입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하루하루 열심히 해서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월드 클래스' 임성재(27)가 1년만에 한국 무대에 다시 선다. 24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CC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에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한다. 이 대회 2023.2024년 챔피언인 그는 올해 3연패의 대기록에 도전한다.
23일 서원밸리CC에서 기자들과 만난 임성재는 "제 스폰서 대회를 통해 한국 팬들을 만나는 것은 저에게도 정말 행복한 일"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 도착 하루만에 연습라운드까지 치르며 다소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얼굴에는 설레임이 가득했다.
임성재는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2018년 데뷔해 한국인 최초 PGA투어 신인왕, 페덱스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 6년 연속 출전 등 새로운 기록들을 만들어나갔다. 지난 14일 막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는 공동 5위를 기록했고, 생애 통산상금 3294만달러(약 471억원)을 기록하며 최경주를 제치고 한국선수 역대 최고 상금 기록도 새로 썼다.
PGA투어에서 8번째 시즌을 맞은 그는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며 순항하고 있다. 마스터스 공동 5위에 이어 지난 21일 막내린 시그니처 대회 RBC헤리티지에서 공동 11위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즌 한가운데에 13시간 시차의 한국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상당히 큰 부담이다. 그럼에도 임성재는 자신의 후원사인 우리금융그룹이 개최하는 이 대회에 2022년부터 매해 출전하고 있다. 이번에도 RBC헤리티지가 끝나자마자 바로 귀국 비행기에 올랐고, 22일 한국에 도착해 이튿날 연습라운드를 치르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스폰서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은 제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대회가 주는 즐거움도 크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좀더 편안한 느낌으로 가까이에서 팬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다"며 "매해 1, 2개 대회는 출전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올해 최대 변수는 코스다. 앞서 2년간 경기 여주 페럼클럽에서 열렸던 이 대회는 올해부터 파주 서원밸리CC로 무대를 옮겼다. 임성재로서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코스다. PGA투어 선수에게는 낯선 중지(한국잔디)에 적응하는 것도 관건이다. 그는 "이 코스에서 오늘 처음 쳐봤는데 전장이 아주 길지는 않아서 파5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린 경사가 심해서 핀 포지션에 따라 공략을 잘 해야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중지에서는 거리가 3~5야드 정도 덜 가더라. 그런 점을 잘 생각하고 플레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PGA투어에서도 꾸준함으로 대표되는 선수다. PGA투어 데뷔 이후 출전대회 톱10 기록에서 거의 매해 5위 안쪽의 성적을 거뒀다. 꾸준함의 비결에 대해 "제 스윙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7년간 스윙을 바꾼 적이 없다. 제 스윙을 알기 때문에 흐트러지더라도 보완할 부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서 큰 기복이 없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유의 집중력도 임성재의 강점이다. "어릴 때부터 엄청나게 주목받던 선수는 아니었다"는 질문에 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웃었다. 그럼에도 매해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으로 우뚝 선데 대해 그는 "위기의 순간에 집중력이 좋았던 것 같다"며 "큐스쿨 가기 위해 톱10을 반드시 해야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톱10을 했고, 위기의 순간이 와도 잘 넘겼다. 집중력이 좀 타고난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한국 대회 출전의 또다른 즐거움은 '미식'이다. 그는 "미국도 좋은 한식당이 많지만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있지 않나.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하는 생각을 하면 정말 신난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전날 저녁에는 능이버섯 오리백숙을 먹었는데 '역시 한국이다'라며 감탄했다"고 말했다.
PGA투어에서 한국인으로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그이기에, 그를 롤모델로 삼고 큰 꿈을 꾸는 후배들도 늘어나고 있다. 임성재는 후배들에게 "저도 PGA투어 뛰는 것을 꿈으로 삼았던 선수였다. 꼭 세계적인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를 위한 투자도 겁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당연히 비용도 들고, 희생도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조금 잃더라도 해보자'는 마임드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이는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다. 임성재는 "일본투어에서 시드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에 도전했다. PGA 콘페리투어(2부)에서 낙오되면 일본, 한국 어디에도 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도전했다. 하지만 '시드를 잃더라도 해보자'고 도전했고, 다행히 지금까지 잘 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무대에 도전한다면 다른 투어는 일절 생각하지 않고 집중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따. 임성재는 ""지금 콘페리에서 뛰고있는 이승택 형이 정말 미국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더라. 내년에 PGA투어에서 만날 수 있을거라 믿는다"고 응원을 보냈다.
24일 파주 서원밸리CC에서 열리는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임성재는 오후 1시 1번홀에서 티오프한다. 올 시즌 개막전 우승자 김백준과 KPGA투어 대표 베테랑 박상현이 같은 조에서 경기를 펼친다.
파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