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PO돔서 회당 1만6천명 신기록…360도 개방형 무대에 몰입감 극대화
4시간 이어진 히트곡에 '떼창'…"여기까지 오며 많은 것 느끼고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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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솔직히 말할 게 지금이 오기까지 / 마냥 순탄하진 않았지 / 오늘이 오길 나도 목 빠져라 기다렸어∼.'
밴드 데이식스의 대표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함께 써 내려가자'는 가사가 절정의 인기를 자랑하는 멤버들의 오늘날과 잘 어울리는 곡이다.
하지만 이 노래 2절을 찬찬히 듣다 보면 신나는 후렴구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난 세월이 마냥 '꽃길'만은 아니었다는 고백이 들린다.
18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데이식스의 세 번째 월드투어 '포에버 영'(FOREVER YOUNG) 피날레 공연은 이처럼 지난 10년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이들의 땀과 열정을 마음껏 펼쳐보이는 자리였다.
데이식스는 무대 주위를 가득 메운 관객을 향해 "저희가 여기까지 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이렇게 무대를 꾸밀 수 있는 것도 '마이데이'(팬덤명) 덕분이다. 360도로 '마이데이'에게 둘러싸일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포에버 영' 투어를 마음속에 예쁘고 좋은 추억으로 남겼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감격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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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데뷔한 데이식스는 멤버들의 군 복무 기간 '예뻤어'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등 기존 발표곡이 뒤늦게 '차트 역주행'을 하며 K팝 시장 '밴드 열풍'을 선도하는 인기 팀으로 부상했다.
10년 전인 2015년 서울 예스24 무브홀에서 소규모로 첫 공연을 열었던 이들은 작년에는 국내 밴드 가운데 처음으로 회당 약 2만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는 고척스카이돔 무대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성진(기타), 영케이(베이스), 원필(키보드), 도운(드럼) 네 멤버는 기세를 이어 'K팝의 성지'로 불리는 KSPO돔에서 이달 9∼11일, 16∼18일 6일에 걸쳐 월드투어의 피날레 공연을 열고 회당 1만6천명, 총 9만6천명의 팬과 함께 뜻깊은 데뷔 10주년을 자축했다.
이는 KSPO돔 사상 1회 기준 최대 수용 인원 기록이라고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전했다.
이번 공연은 특히 KSPO돔 중앙에 자리한 원형 무대를 관객이 빼곡하게 360도로 둘러싼 형태로 진행됐다. 시야가 탁 트인 무대와 커다란 상부 전광판은 공연의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이 같은 개방형 무대는 공연장 수용 인원을 최대한 끌어 올린 형태여서 그간 방탄소년단(BTS), 아이유, 임영웅 등 막강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톱스타만 시도한 바 있다.
공연장 네 갈래에서 등장한 네 멤버가 중앙 무대에 집결하자 장내는 커다란 함성으로 뒤덮였고, 멤버들은 각자의 악기를 들고 연주에 몰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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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는 이날 다섯 번째 미니앨범 수록곡 '베스트 파트'(Best Part)와 정규 2집 수록곡 '베터 베터'(Better Better)로 공연의 막을 올렸다.
둥근 형태의 중앙 무대는 느린 속도로 빙글빙글 돌아가 모든 관객에게 고른 시야를 안겼다. 팬들이 손목에 찬 라이트 밴드가 무지갯빛으로 물들었고, 장내를 휘젓는 형형색색 레이저 조명은 10주년에 걸맞은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멤버들의 고음, 육중한 기타·베이스·드럼 사운드, 팬들의 떼창이 하모니를 이뤘다.
네 번째 곡으로 대표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흘러나오자 공연장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원필은 중간중간 꽉 찬 객석을 바라보며 지긋이 미소 지었고, 영케이도 함박웃음을 띤 채 고음에 힘을 실었다.
영케이는 "투어 무대에 서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며 "지금 어떻게 보면 '포에버 영' 투어를 통해 진화한 '최종체'(최종 진화체)의 데이식스와 '마이데이'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식스는 들뜬 분위기를 잠시 가라앉히고 '아직 거기 살아'와 '예뻤어' 등으로 감성적인 분위기도 연출했다. 팬들은 히트곡 '예뻤어'가 흘러나오자 일제히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은하수 같은 풍경을 만들었고, 원필과 성진은 이에 맞춰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노래했다.
영케이는 데뷔곡 '콩그래츄레이션스'를 부른 뒤 "이 곡을 쓸 때가 기억 나느냐, 합주실에 모여 멜로디 메이킹도 했다"고 돌아봤고, 원필은 "정확히 말하면 댄스 연습실에 만든 임시 밴드 합주실이었다. 저희가 회사에서 처음 나온 밴드였기 때문"이라고 떠올렸다.
도운은 "오늘은 투어 마지막 날이지만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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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는 '영원한 청춘'(FOREVER YOUNG)이란 공연명처럼 약 4시간에 걸쳐 지금껏 발표한 노래들을 톺아보며 팬들의 사랑에 화답했다.
'고생했어 오늘도 한 마디에 걷잡을 수 없이 스르륵 녹아내려요'(녹아내려요)나 '매일 웃고 싶어요 걱정 없고 싶어요'(해피·HAPPY) 같은 가사로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원필은 "저희가 살아가면서 힘든 일도 당연히 마주해야 하는 것이고, 이를 아예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힘든 일을 마주해도 한번 잘 살아가 보자. 저희가 불러드리는 곡들이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진도 "행복을 외치다 보면 그 행복에 다다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저는 행복을 늘 외치겠다"며 "여러분도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데이식스는 이달 7일 발표한 신곡 '메이비 투모로우'(Maybe Tomorrow)와 '끝났지', 히트곡 '웰컴 투 더 쇼'(Welcome to the Show) 등 앙코르로만 여덟 곡을 쏟아내고서 공연을 마쳤다.
'이것만큼은 맹세할 게 내 전부를 다 바칠게 / 네 눈빛 흔들리지 않게 널 바라보면서 있을게'라고 '웰컴 투 더 쇼'를 부르는 멤버들의 가슴 벅찬 표정에선 진심이 묻어나는 듯했다.
인천에서 공연장을 찾은 김현지(28)씨는 "데이식스는 마음을 울리는 가사와 멜로디가 특별하다"며 "요즘 밴드 음악 붐이라고들 하는데, 그만큼 이들의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고 생각한다. 또 음악이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것도 이들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ts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18일 21시07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