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쉬의 초저가 공습에 골머리를 앓는 건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은 800달러 이하 소액 수입품에 면세를 해주는데, 이를 이용해 미국에 들어온 중국산 제품이 지난해 8억 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를 발판으로 테무는 단숨에 미국 내 앱 다운로드 1위에 올랐고, 쉬인은 미국 패스트패션 시장의 절반을 장악했다. 미국 유통시장을 뒤흔들고 아마존, 월마트를 위협하는 중국 이머커스의 존재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일 전 세계를 향해 무차별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소액 면세 제도를 폐지했다. 소액 소포로 밀반입되는 마약류 펜타닐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했지만, 실상은 알테쉬를 정조준한 셈이다. 중국이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자 트럼프는 중국발 소액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30%에서 90%로 올린 데 이어 이틀 만에 120%까지 높였다. 그동안 무관세로 들어오던 알테쉬 제품에 다음 달 2일부터 120%의 관세 폭탄이 더해지는 것이다.
▷미국 진입이 사실상 막힌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더 무섭게 한국 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벌써 올 1분기에 면세 혜택을 받고 국내에 들어온 중국발 직구 상품은 처음으로 6억 달러를 돌파했다. 알테쉬는 값싼 중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상품을 직접 유통하는 방식도 서두르고 있다. 테무는 올해를 한국 공략의 원년으로 삼고 국내 판매자를 모집 중이고,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유통 대기업과 손잡고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알테쉬의 공세가 거세질수록 국내 경쟁 이커머스 업체는 물론이고 중국산 헐값 제품에 맞서 물건을 생산해야 하는 중소기업까지 고사 위기에 내몰릴 거라는 우려가 높다. 가뜩이나 내수 침체로 허덕이는 중소 제조업체들은 중국발 직구 여파로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선 중국 직구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의 절반이 ‘과도한 면세 혜택’을 문제로 꼽았다. 알테쉬에 대한 견제는 세계적 추세여서, 호주 싱가포르 베트남 등도 소액 면세 제도를 없앴다. 미중 관세 전쟁이 이커머스 봉쇄로 확전된 상황에서 우리도 알테쉬만 배불리는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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