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尹의 한탄… “국무위원들조차 살길 찾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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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곁에 누가 남아 있을까. 계엄의 ‘설계자’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님은 나라와 국민 생각만 하는 미련하신 분”이라 두둔했던 인물인데, ‘계엄 포고령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윤과 엇갈리는 진술을 했다. 계엄을 지휘한 사령관 3인방도 혐의를 인정하고 돌아섰다. ‘윤의 복심’인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호위무사’ 경호처 차장은 진술을 번복하며 윤의 구속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가 재구속되던 10일 새벽 법원 앞 지지자 규모는 확 줄었고, 올 1월 1차 체포영장 집행 때 관저 앞으로 몰려갔던 국민의힘 의원 45명 중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지금 변호인을 구할 돈도 없고 아무도 나에게 오려 하지 않는다.” 윤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서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진술을 강요하거나 회유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아 증거인멸 우려가 없으니 구속하지 말아 달란 뜻이다. 그는 “국무위원들조차 본인 살길 찾아 떠나려고 국회에서 없는 이야기 한다”고 했다.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장관들은 ‘계엄에 반대했다’고 말해왔다. 내란특검이 출범한 후로는 회의 불참자들까지 줄줄이 소환당하고 있는데 이들이 어떤 ‘없는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대통령 시절 장관들의 행태를 떠올리면 배신감이 클 것이다. 툭하면 격노하는 성정 탓이었을까. 그의 곁에는 아부꾼이 많았다. 50년 넘게 공직 생활을 해온 총리는 언론에 “대인이다. 제일 개혁적인 대통령”이라고 극찬했다. 사회부총리는 “대통령은 입시 수사를 여러 번 해서 내가 많이 배우는 상황”이라 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무회의를 해보면 인공지능(AI)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뿐이라며 “단연 발군”이라 추켜세웠다.

▷대선 후보 시절만 해도 “아부하는 공무원은 솎아내겠다”고 경고했다. 당선 직후엔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참모에게 “아부하지 말라”고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용산에 들어간 후론 인사 때마다 ‘검찰 라인’ ‘김건희 라인’이라는 구설이 따라다녔다. 친분이 없으면 충성심이라도 보여야 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 업무를 맡았던 외교부 2차관은 “대통령 PT가 국면 전환의 분수령이 됐다”고 했는데 유치 실패 후 오히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격노에 겁먹고 아부에 취한 끝이 참담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후 “선거 때마다 애타게 나를 찾던 이들도 등 돌리더라”고 회고록에 썼다. 무사히 임기를 마치는 대통령도 권좌에서 내려오는 순간 권력 무상을 느끼게 된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친구를 원한다면 개를 키우라”고 했다. 다 떠나고 키우던 개만 남더란다. 윤 전 대통령 곁에는 그 많던 반려견조차 없다. “혼밥 않겠다”며 임기를 시작했지만 10㎡(3평) 독방에 갇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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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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