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의원 꿔주기, 어법에는 맞지 않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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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꿔주기(이하 의원꿔주기)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우당(友黨)을 국회교섭단체로 만들려고 자기 당 의원을 그 당에 빌려준 데서 비롯된 명명입니다. 국회의원 숫자가 최소 20명은 있어야 교섭단체가 되었습니다. 우당은 소속 의원 수가 부족했지요. 프로 운동선수에게나 어울릴 법한 한시 임대가 정당 사이에서 의원들을 상대로 일어났습니다. 이를 지켜본 기자들은 얼른 의원꿔주기라 이름하여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었습니다. 타당한 근거를 내세워 공감할 수 있게 이름을 붙인 사례이기도 했답니다.

이 꿔주기에 쓰인 [꾸다] 동사의 활용을 익히다 난감한 질문을 만났습니다. '과연 꿔주기는 말법을 제대로 따른 것인가' 하는 겁니다. 꾸다+주다 → 꾸어주다 → 꾸어주기 → 꿔주기, 변화일 텐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어법에 어긋납니다. 꾸이다(뀌다. '꾸다'의 사동형)+주다 → 뀌어주다 → 뀌어주기가 맞는다는 겁니다. 근거요? 여기 갑니다. 아직 어린 탓에 제힘으로 옷을 갈아입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 아이들 옷을 벗어줄까요, 벗기어(벗겨)줄까요? 입어줄까요, 입혀줄까요? 또, 밥은 먹어줄까요, 먹여줄까요? 머리는 감아줄까요, 감겨줄까요? 잠은 자(어)줄까요, 재워줄까요? 그렇습니다. 벗겨주고 입혀주고 먹여주고 감겨주고 재워줍니다. 꾸어주지 않고 뀌어주는 게 규범표기인 이유입니다.

이미지 확대 '뀌어주다' 뜻풀이 갈무리

'뀌어주다' 뜻풀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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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당한가요? 나름대로 논거를 옮겼지만 찜찜함이 남습니다. 세 가지가 걸려서입니다. 암만해도, 사람들은 열이면 열 '니가 그이한테 돈 꿔줬어?' 하지 '… 돈 뀌어줬어?' 하지는 않는다는 게 첫째입니다. 돈 따위를 나중에 받기로 하고 빌려준다는 뜻의 [뀌어주다]는 사전에는 올라가 있지만 쓰임새가 신통치 않습니다. 꾸다의 사동형 뀌다를 잘 안 쓰기도 하고요. 뀌다는 방귀 뀌다 할 때나 쓰입니다. 둘째는 어떤 조건에서는 [꿔주다]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서) 꾸어서 (네게) 주겠다] 하는 뜻이라면 말입니다. 하지만 의원꿔주기에서처럼 일상에서 언중이 쓰는 꿔주기는 그런 뜻이 아니므로 애초에 잘못된 표현이 맞습니다. 그래서요, 이제 와 의원꿔주기를 의원뀌어주기로 하자고요? 늦었지만 바로잡아야 하지 않느냐고요? 그게 셋째입니다. 의원꿔주기는 역사적으로 굳어진 말입니다. 존중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바꾼다 해도 음절을 줄이고 주체를 바꿔서 의원꾸기라 할 겁니다. 말법 하나에서도 이치를 캐고 또 캡니다. 그 과정 자체가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줍니다. 그런 것이 단단해져 사리(事理)를 따지는 힘이 강해지면 아무리 큰일이라도 멀쩡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자연치유일보, [엄민용 '우리 말글 산책'(14)] 꿔준 돈은 돌려받지 않는 게 도리다 (입력 2019.09.14 12:00) - https://www.swritingworks.com/news/articleView.html?idxno=651

2. KBS 바른 우리말 '뀌어주다' - https://world.kbs.co.kr/service/contents_view.htm?lang=k&menu_cate=learnkorean&id=&board_seq=230522&page=121

3.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뀌다'라는 단어는 방귀에만 쓰나요? -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61&qna_seq=311985&pageIndex=1&searchCondition=&searchKeyword=

4.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11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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