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수 한양대 교수 연구팀과 이슈·임팩트 연구기업 트리플라잇이 전국 229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경쟁력을 평가해 보니 주요 기업의 유무가 지역의 성패를 갈랐다. 인구 성장, 경제 활동, 생활 기반 등 분야별로 55개 세부지표를 점수화해 ‘지역자산역량지수’를 매긴 결과 평택시가 1위를 차지했고 화성시, 경기 용인시 수원시 시흥시가 뒤를 이었다. 모두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포진한 ‘기업도시’들이다.
▷평택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메카다. 2015년 삼성전자가 이곳에 반도체 공장 첫 삽을 뜬 이후 100조 원을 쏟아부었다. 수출 전진기지인 평택항을 바탕으로 수소, 미래차 등 첨단산업 육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화성은 동쪽엔 삼성전자 ASML 등 세계적 반도체 기업들이, 서쪽엔 현대자동차 기아 등 모빌리티 기업이, 남쪽엔 바이오 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수도인 용인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480조 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사업이 진행 중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구 감소로 골치를 앓고 있지만 기업도시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몰려드는 청년들에 힘입어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화성시는 2001년 시 승격 이후 20여 년 만에 인구가 5배로 불어났다. 시민 평균 연령은 39.6세로 전국 평균(45.6세)보다 6세 젊다. 결혼과 출산도 활발하다. 화성(1.01명), 평택(1.00명), 충남 당진(1.08명) 등 기업도시들의 합계출산율은 전국 평균(0.75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일자리를 따라 인구와 소비가 늘어나고, 세수 증가로 지방 재정이 튼튼해져 인프라와 복지도 확충되는 선순환 구조가 갖춰지고 있다.▷세계 각국 도시들은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테슬라 본사를 비롯해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밀집해 ‘실리콘힐스’로 불리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이 대표적이다. 파격적인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로 기업들을 끌어모았다. 소멸 위기에 몰려 있는 한국 지방 도시들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좋은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도시의 운명을 바꿀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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