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법적으로 숙박업을 운영할 수 없는 시설이 12만 개 중 5만 개라면, 이는 규제가 지켜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지킬 수 없게 설계된 제도의 문제다.”
생활형숙박시설(이하 생숙)은 2012년 외국인 관광객의 장기 체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화된 이후, 현재 12만8000객실이 등록돼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이 중 무려 5만 2000객실, 전체의 41%가 미신고 상태다. 이는 생숙 수분양자가 합법적으로 숙박업을 운영할 수 없도록 제도가 가로막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현행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 등록 요건이다. '30실 이상 보유', '독립된 층', '연면적 3분의1 이상'이라는 기준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실제로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숙 보유자의 다수(95.5%, 설문응답자 200명 중 191명)가 1실 또는 2실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현재 제도는 '합법적으로 숙박업을 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처럼 제도적 장벽이 높다 보니 상당수 생숙은 미신고로 불법 운영되거나, 위탁업체를 통해 높은 수수료를 내고 간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락하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비용 전가, 서비스 품질 저하, 시장 내 신뢰 훼손이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10월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지원방안'을 발표하며, 생숙의 합법적 활용을 위해 지역 여건에 맞춘 '조례 기준 완화'를 지자체에 권고한 바 있다. 이후 여러 지자체, 특히 부산·경기 등 일부 지자체는 생숙 지원센터를 설치해 숙박업 신고·용도변경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으며, 조례 개정도 검토 중에 있다.
제도 변화의 물꼬는 트였지만, 여전히 핵심인 '1실 단위 숙박업 등록 허용'이 빠져 있다. 일각에서는 1실 단위의 숙박업 허용이 위생, 소음, 안전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는 생숙 운영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모든 숙박업에서 발생 가능한 일반적 문제다. 오히려 플랫폼 기반 평점 시스템의 확산으로, 개인이 직접 등록해 운영하는 숙소에서 관리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자연스럽게 확보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실제로 수분양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플랫폼 등록 숙소에서 안전·위생 문제가 더 낮게 발생할 것이라는 인식이 높았다.
해외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프랑스, 호주 등 주요 선진국은 객실 수 기준 같은 '정량적 규제'를 지양하고 신고 체계, 안전 점검, 플랫폼 연계 감시 등 '정성적 통제'로 전환하고 있다. 일본은 개별 숙박업자가 지자체에 등록한 뒤에도 위생·안전 기준을 준수하도록 정기 보고·소방 설비 구비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소음 감지 센서나 AI 얼굴인식 보안 카메라 등을 활용해 IoT 기반으로 숙소를 모니터링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 아닌, 제도 안에서 실효적으로 통제하는 구조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생숙의 1실 기준 숙박업 등록 허용은 규제 완화를 넘는 경제 활성화 수단이다. 공실 활용, 지역 상권 자극, 관광 수요 분산, 일자리 창출, 세수 증가 등 파급 효과는 크다. 무엇보다 플랫폼 기반 개인 숙소 시대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제도와 현실이 어긋난 채 방치되면, 그 틈을 불법과 회색지대가 채우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운영이 가능한 현실적 제도'이지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니다. 생숙 1실 기준 등록 허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정책이 따라야 할 필연이다.
고영대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 youngdae.ko@sejo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