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현의 클래식이 뭐라고]모순… 수학에선 제거 대상, 음악에선 치명적 美

1 week ago 6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모순(矛盾).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수학에서 모순은 반가운 것이 아니다. 서로 함께 성립할 수 없는 조건이 동시에 주어지면 계산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수학은 이런 모순을 찾아내고 제거하면서 하나의 답을 향해 나아간다. 답은 맞거나 틀리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한다. 음악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반드시 하나로 정리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 충돌하는 것들이 한꺼번에 존재할 때 음악은 더욱 흥미롭고 아름다워지기도 한다. 수학에서 모순은 없애야 할 오류지만, 음악에서는 모순 자체가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음악도 처음부터 모든 소리를 자유롭게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다. 음악에도 서로 잘 어울리는 소리와 그렇지 않은 소리가 있었고, 오랫동안 그 차이를 설명하려는 질서가 존재했다. 서양음악에서는 그 답을 수학적인 관계에서 찾았다.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학파는 음정 사이의 관계를 간단한 정수비로 설명했다. 한 옥타브는 2 대 1, 완전5도는 3 대 2, 완전4도는 4 대 3의 비율로 나타낼 수 있다. 이처럼 간단한 수의 관계를 가진 음정이 안정적이고 조화롭게 들린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서양의 음악 이론에 영향을 줬다. 음의 아름다움 뒤에 수학적인 질서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러한 음정은 협화음으로 받아들여졌고, 음악의 조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서로 다른 음이 함께 울리더라도 일정한 관계를 이루면 안정적으로 들린다고 생각한 것이다. 음악에도 일종의 ‘잘 어울리는 관계’가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소리는 무엇일까. 함께 울릴 때 긴장과 불안정을 만드는 불협화음이다. 당시에는 이런 소리가 결국 협화음으로 풀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질서는 음 하나하나뿐 아니라 음악의 흐름에도 적용됐다. 긴장을 만들었다면 풀어야 했고, 불안정한 화음은 안정된 화음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질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작곡가들은 오랫동안 지켜온 규칙을 조금씩 넘어섰고, 이전이라면 불편하다고 여겼을 소리를 더 이상 정리하지 않았다. 수백 년 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어울리는 소리’의 기준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가운데 하나가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다. 작품이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트...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