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한국을 포함해 경제적으로 발전한 17개국의 성인 약 1만9000명에게 ‘당신의 삶을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 질문에 한국인은 다른 16개국 사람들과는 상당히 다른 답변을 했다. 자, 당신이라면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겠는가. 이어서 다음 질문에도 답해 보기 바란다. ‘인생이라는 항아리가 있다면 당신은 거기에 돈, 권력, 인기, 사랑을 어떤 순서로 넣을 것인가.’
‘인생의 큰 돌’이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한 강연자가 청중 앞에서 유리병을 테이블에 올려 놓은 다음, 거기에 주먹 크기의 돌들을 더 이상 담을 수 없을 만큼 채워 넣었다. 그 후 청중에게 물었다. “이 병이 가득 찼나요?” 이 질문에 청중은 “네”라고 답했다. 그러자 강연자는 작은 자갈들을 그 유리병에 넣기 시작했다. 더 이상 자갈을 넣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강연자는 청중에게 다시 물었다. “이제 병이 가득 찼나요?” 이 질문에 청중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이러한 답을 들은 강연자는 그 유리병에 모래를 채워 넣은 다음, 마지막으로 유리병에 빈 공간이 없도록 물을 채워 넣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유리병에 큰 돌 대신 자갈, 모래, 물을 먼저 채워 넣으면, 큰 돌은 절대 넣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행복을 말할 때는 유리병보다는 항아리라는 표현이 더 좋아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인생이라는 항아리에 무엇을 담는지를 투명하게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17개국 중 오직 한국인들만이 ‘물질적인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응답했다.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가족’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한국인들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가족’을 응답한 비율이 17개국 중 가장 낮았다.행복을 연구하는 긍정심리학에서는 수많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행복의 공식이 존재한다고 제안한다. 인생에서 돈, 권력, 인기는 사람들에게 ‘주관적인 만족감’을 주는 대표적인 가치들이다. 그런데 행복은 주관적인 만족감과는 다른 것이다. 만약 그 둘이 같다면, 소위 말하는 ‘사이코패스’조차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긍정심리학에서는 행복을 주관적인 만족감 이상의 사회적인 의미를 갖춘 것으로 정의하는 동시에, 행복한 삶의 필수 요소로 ‘사랑’을 특별히 강조한다.
긍정심리학에서 제안하는 행복의 공식은 ‘행복=주관적인 만족감X사랑’이다. 여기서 주관적인 만족감은 돈, 권력, 인기를 합산한 값이 된다. 단, 아무리 주관적인 만족감이 크더라도 사랑이 없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 행복한 삶에서는 ‘인생의 큰 돌’이 바로 사랑이 되기 때문이다. 행복한 삶에서 사랑은 최우선 가치가 된다. 돈, 권력, 인기를 사랑보다 앞세우는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은 ‘말뿐인 사랑’이고 행복한 삶에 기여하는 사랑이 아니다. 에릭 에릭슨에 따르면, 사랑은 “상호 헌신을 통해 관계 속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반목과 갈등을 극복해내는 것”이다!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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