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산업협회가 최근 인터넷 게임을 ‘4대 중독’으로 분류한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공모전과 관련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게임을 질병으로 취급하는 시도는 산업에 대한 심각한 낙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협회는 성남시와 해당 센터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18일 게임문화재단, 게임인재단,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한국게임정책학회, 한국인디게임협회, 한국e스포츠협회와 함께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 공모전의 백지화 또는 인터넷 게임 항목 제외를 포함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사태에 책임이 있는 최고위 관계자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성남시 산하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AI를 활용한 중독 예방 콘텐츠 공모전’을 열며 알코올, 약물, 도박과 함께 인터넷 게임을 중독 항목에 포함시켰다가 논란이 일자 이후 '인터넷'이라는 표현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게임업계는 단어 하나 바꿨다고 사안의 본질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라며 반발했다.
협회는 “대한민국 게임산업은 지난 20여 년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4대 게임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며 “특히 게임은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의 핵심 분야로, 2024년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약 60%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인 위상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성남시는 국내 게임산업 생태계의 중심지로, 4만4000여 명의 게임 종사자가 활동 중이며, 성남시 전체 콘텐츠 수출의 77%가 게임에서 비롯된다”며 “게임은 성남 지역 경제의 고용과 수출을 동시에 견인하는 핵심 산업”이라고 부연했다.
성명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표현상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게임산업은 미래 성장 동력이자 K-콘텐츠를 대표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 속에 흠집 내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넘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구가 단순히 수정됐다고 해서 게임을 중독과 동일선상에 놓는 인식 자체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며 “이는 게임을 질병으로 간주해 국민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이용자를 환자로 낙인찍는 행위일 뿐 아니라 게임 종사자의 자존감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런 행사를 강행하는 것은 게임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공공기관의인식 개선과 함께 향후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