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기간 중동 지역의 한국 게임 수요가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낮에는 금식과 금주를 유지해야 하는 라마단 특성상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게임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내 게임사들은 종교 특성 등을 이유로 중동에 본격적으로 진출하 않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발간한 '2024 해외 시장의 한국 게임 이용자 조사'에서 중동 게임 이용자들이 라마단 기간에 한국 게임을 이용하는 시간이 24.5% 늘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 보면 PC게임은 30.7%, 모바일게임은 22.4%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중동 게임 이용자의 한국 게임 이용시간은 주당 평균 3.58시간이다.
게임 지출 금액도 늘었다. 중동 게임 이용자들이 한국 게임에 지출하는 비용은 월평균 61.2달러. 라마단 기간엔 전체 게임 지출이 평소보다 24.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태국을 포함한 총 19개국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게임 이용자 9700명을 대상으로 한국 게임의 이용 실태와 행태를 종합적으로 다뤘다.
라마단은 무슬림의 금욕 기간으로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 물을 포함해 음식 섭취가 제한된다. 신앙심을 되돌아보기 위해 흡연은 물론 성관계도 할 수 없다. 이번 라마단 기간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9일까지다(이상 현지시간).
통상 라마단 기간에는 게임 수요가 증가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게임 이용자들의 60%가 라마단 기간에 게임 이용시간이 증가한다고 답했다. 55%는 게임 지출 비용이 늘어난다고 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중동 지역의 경향성이 한국 게임 이용시간과 지출금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중동 게임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글로벌 게임 시장조사기관 뉴주에 따르면 중동과 아프리카(MENA) 지역 게임시장 규모는 재작년 71억달러(약 9조원)에서 올해 100억달러(약 13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게임 산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빈살만 왕세자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게임과 e스포츠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시행하고 있다. 사우디는 특히 한국 게임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지분을 꾸준히 사 모으면서 현재 넥슨재팬과 엔씨소프트 주요 주주에 올랐다.
지난해 5월에는 PIF 산하 회사인 '세비 게임즈 그룹(SGG)'의 고위 관계자와 사우디 e스포츠 연맹 회장이 방한해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 경영진을 면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 접촉으로만 끝났다는 평이 이어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동 시장 진출과 협업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됐기보다 중동 시장 진출 가능성 자체만 이야기한 것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중동 시장 진출이 어려운 이유로 종교적 요인이 꼽힌다. 이 관계자는 "한복이 중국 전통 의상이고 주장해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던 한 중국 게임처럼 게임 서비스에 있어 문화적 요인은 까다롭게 고려되어야 한다"며 "하물며 종교적 요인은 더욱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해 중동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 게임사 중에서 중동 지역만을 노려서 게임을 서비스하는 경우는 아직 없다"며 "글로벌 서비스 차원에서 출시된 게임을 중동 이용자들이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중동 시장 진출 적기를 노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종섭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한국 게임의 아랍어 지원을 확대하면서 중동 지역의 문화적 습관과 소비 습관을 반영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며 "특히 라마단 기간은 이용 시간과 지출금액 증가를 이끌 수 있는 시기"라고 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