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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4개월 남짓 선량(選良) 생활을 했던 30대 전직 국회의원이 생활고 때문에 편의점과 쿠팡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야기를 담은 SNS 글이 화제다. 김은희 전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이 글을 쓰기까지 많은 용기와 시간이 필요했다"며 장문의 체험담을 올렸다. 그는 "지난 7개월, 하루하루 지옥같이 힘들고 불안했지만 악착같이 참고 버텼다"면서 그 이유가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반드시 극복해서 노력하면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김 전 의원은 초등학교 시절 코치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본 사실을 밝히면서 '체육계 미투 1호'로 널리 알려졌고,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청년 인재로 영입돼 비례대표 23번을 받았다. 2024년 1월 비례대표였던 허은아 당시 의원이 탈당해 개혁신당에 합류하면서 의원직을 승계해 그해 5월29일까지 의정활동을 했다.
김 전 의원은 이 글에서 국회에서 본업인 테니스 코치로 복귀했지만, 사업 운영에서 겪은 문제들로 인해 급기야 아르바이트해야만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테니스 레슨이 없는 새벽 시간이나 주말 시간에 편의점 알바, 쿠팡 헬퍼알바를 했다"며 "일주일에 2∼3일씩은 30시간 이상 뜬눈으로 지새운 날이 대부분이었고, 최대 84시간 한숨도 못 잤던 날도 있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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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의원 페이스북]
그는 아르바이트하면서 울었던 적도 있다면서 그때 "전직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이 너무 무겁고 벅차기만 했다"라고도 했다. 고단했던 과정을 소개한 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많은 노력과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보상과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고, 취약한 환경에 놓인 이들에게는 국가와 국민 모두가 따뜻한 손길로 온정을 베풀어야 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가진 것이 없어서 좌절할 시간에 뭐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행복할 수 있다"고 글을 맺었다.
이 글을 소개한 온라인 기사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다. '멋지다'와 '응원한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다들 그렇게 산다' 식의 댓글들에 눈길이 갔다. "국민들 대다수는 그렇게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서민들은 다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어요. 당신은 체험처럼 스쳐 갈 수 있는 경험이겠지만, 서민들은 그 일이 곧 자신의 밥줄인 거예요. 절실함이 다르다고요" 등이 그런 내용들이다.
모욕감을 느낀다는 글도 있었다. "쿠팡 알바하면 무조건 서민 생활고라고 하는 건 좀 그렇네요. 그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모욕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돈 버는 게 부끄러운 일입니까? 쿠팡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알바하시면서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청년, 학생들을 모욕한다고 생각 안 합니까?" 등등. 이런 반응에 김 전 의원은 다음날 "생각지도 못한 과분한 관심에 감사하다"면서 다시 올린 글에서 "'직업에 귀천 없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제 글의 의도가 전혀 다르게 전달되는 듯하다"며 유감을 표했다.
김 전 의원이 어떤 식으로든 정치를 계속하게 된다면 짧은 아르바이트 생활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이 참된 정치의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 현실과 유리된 정치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실종된 지 오래라고들 한다. 많은 선량이 '여의도'라는 안락한 공간에만 머물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야 '다들 어떻게 사는지'가 보이지 않겠는가.
bondo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3월15일 06시2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