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화수분 같은 유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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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화수분 같은 유아교육

창의성은 후천적으로 키울 수 있을까. 과거 창의성은 영재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능력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기를 수 있다’는 게 주된 분위기다. 유아기에 창의성의 기틀이 조성된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에서도 창의성 함양에 많은 신경을 쓴다. 어린이집에서 창의성은 무엇으로 키울 수 있을까. 유아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생각을 발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1990년대 초 필자가 유치원에 근무할 때 얘기다. 만 4세반 아이들과 요리 활동을 했다.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만들기로 하고 아이들이 각자 집에서 조사해온 진달래 화전 레시피를 발표한 후 꽃을 따러 나가려고 했다. 밖으로 나서려는 순간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선생님이 어제 꽃을 따지 말자고 했잖아요. 꽃도 아프다고요. 그러면 어떡해요.”

사실 교사는 전날 바깥놀이에서 “아무 데서나 꽃을 꺾지 말자”고 했기에 아이가 말한 것을 듣고는 순간 당황했다. 교사는 곧 아이들에게 다시 물었다.

“우리가 오늘 진달래 화전을 만들기로 했는데,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들은 잠시 생각한 뒤 여러 가지 상상력이 가득한 방법을 내놨다.

“꽃이 아프지 않게 간지럼 태우고 딸래요” “꽃에게 웃긴 이야기를 해줘서 꽃이 막 웃을 때 따요” “꽃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서 꽃이 어지러울 때 따요”.

아이들은 “꽃이 아프지 않을까”라고 고민하면서 저마다 귀여운 해법을 찾았다. 그러던 중 한 아이가 “우리가 요리할 거고, 꽃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는 거라고 꽃한테 이야기하면 꽃이 괜찮다고 할 거야”라고 하자 모두가 “그럼 괜찮겠다”며 밖으로 나가 진달래 주위에 둘러섰다. 그리고 “우리가 맛있는 화전을 만들 거야. 꽃이랑 함께하고 싶어” 하고 조심스레 꽃에게 이야기한 뒤 꽃을 따서 교실로 돌아와 화전을 만들었다.

이 이야기 속에는 아이들의 엉뚱하지만 다양하고 창의적인 문제 해법이 들어 있다. 아이들은 심각하게 고민해 문제 해결책을 제시한다. 어른 입장에서 보면 이 아이들의 해결 방식은 어처구니가 없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자꾸 경험하다 보면 유아들은 점차 다양한 문제 해결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유아교육기관은 아이들의 창의성과 더불어 의사소통 능력도 기를 수 있다. 이 같은 문제 해결 방식으로 공감과 배려도 함께 길러진다. 창의성이 키워지면서 미래 사회의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인 의사소통 능력, 공감과 배려 능력도 길러지니 유아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화수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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