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밥값 걱정이 커졌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짜장면 한 그릇이 8000원이 넘는단다.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이 계속되자 ‘K직장인의 최대 복지는 구내식당’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누군가는 밥값을 아끼는 스마트한 방법으로 ‘직장인 도시락 만들기’ 챌린지도 띄우고 있다. ‘밥심의 민족’이 밥값 아끼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저리다.
도시락을 싸서 다녀야 하는 소방관의 사연은 그래서 더욱 충격이었다. 소방관의 도시락은 구내식당이 없어서도 아니고 점심값 아끼기 챌린지도 아니며 외부 출동을 대비한 편의식도 아니었다. 구내식당 식사만으로는 소모되는 체력을 보강할 수 없기에 도시락을 추가로 싸서 다닌다는 이야기였다.
놀라서 달려간 현장은 이 이야기가 단 한 명의 특수한 사연이 아니라 ‘보편적 문제’임을 말해줬다. 내가 방문한 서울 소방학교의 한 끼 급식 원가는 (지난해 기준) 5000원이었다. 인건비 같은 제반 비용을 빼면 식자재 구입에 쓸 수 있는 돈은 1인당 2000원 정도라고 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2000원으로 한 끼를 차려야 한다니 이것이야말로 극한 챌린지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소방관의 처우 개선에 쓰여야 할 소방 예산이 불꽃놀이에 쓰인 부조리가 영화 소재로 다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밥은 단순한 처우와는 사정이 다르다. ‘체력이 곧 안전’인 소방관에게 밥이란 당연히 보장돼야 할 기본 권리다. 다른 것도 아니고 부실한 밥 상태를 모른 척할 순 없었다.
문제는 급식 원가를 올리는 건 당연한데 얼마를 올리느냐였다. 서울시가 편성한 예산안을 보니 기존 5000원에서 500원이 더해져 있었다. 누가 봐도 현장을 보고 책정한 금액이 아니었다. 물가와 재정을 저울에 올려놓고 계산기를 두드려 나온 액수임에 틀림없었다. 현장에 다녀온 나는 논의를 원점으로 돌렸다. 서울시의 급식 원가 전반을 재점검한 후 최종적으로 7200원으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의 급식 원가를 확보한 것만으로 만족할 수도, 만족해서도 안 된다.
시의회는 지난 7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소방기관의 급식 환경 개선을 위한 ‘서울시 소방기관 급식환경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소방기관 급식 환경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의 책임을 규정해 소방관 급식 문제를 책상머리에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제대로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현장에서 개선해야 할 일이 비단 이것뿐일까. 수많은 일정 중에도 현장을 끊임없이 찾아야 하는 이유다. 그동안 아동급식카드 사용 편의점, 중학교 급식파업 현장, 군부대 급식 등 한 끼의 힘을 위해 부지런히 다녔다. 오늘도 제2, 제3의 소방관 밥 한 끼와 같은 일은 없는지 찾기 위해 위해 현장을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