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지나치지 않음에 대하여

1 month ago 7

[한경에세이] 지나치지 않음에 대하여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근면 성실을 강조하는 이 말을 우리는 자주 들으면서 자라왔다. 하지만 그 새가 좋은 먹이를 찾다가 목숨을 잃는다는 ‘조위식사(鳥爲食死)’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약도 과하면 탈이 난다고 했던가. 매년 강화되는 기업 규제가 그러한 모양새다.

최근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논란이 뜨겁다. 상법상 이사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얼핏 보기에 주식회사의 이사가 주주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소리 아닌가 싶다. 하지만 법적 관계에선 감정적으로만 판단할 수 없기에 이를 강제하는 것을 놓고 정부·학계 등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실제로 주주와 이사 간에는 법적인 위임관계가 없다. 주주와의 계약을 통한 것이 아니라 주주총회에서의 결의로 회사가 선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기 때문에 주주 가치의 극대화는 숙명이다. 기업가 중에서 주주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경영하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법적으로도 이미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상법에는 자기거래의 제한 등과 같이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억제하기 위한 조항이 구비돼 있다. 공정거래법과 자본시장법 등에서도 최대주주인 이사가 지배권을 남용하는 경우에 대한 제재조항이 마련돼 있다. 법적인 제재뿐만이 아니다. 경영진이 주주총회에서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면 사회적으로도 막중한 의무감과 비난의 시선을 함께 감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 필자도 기업을 운영하면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힘쓰고 있다. 다만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인지에는 의문을 품게 된다. 보다 거시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주식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방법으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추진하고 있고 그 핵심 가치 중 하나가 기업지배구조다. 그런데 기업지배구조 강화는 과도한 규제를 수반할 위험이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한 잔의 차는 지나치지 않음을 생각게 한다’는 박성천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와닿는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아니더라도 산업계에는 다양한 규제가 산재해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실무적 상황과 조율 없이 도입된다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제도 변화에서도 차 한 잔의 여유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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