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방송사 기상캐스터 소식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직장 내 괴롭힘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며칠 지나지 않아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살해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우울증 때문에 일어난 범행인지 수사 중이라고 한다. 참다운 삶을 위한 일터에서 삶 자체가 무너진 안타까운 사례다.
그런데 노무사들 사이에서는 놀랍기는커녕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업 내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한 이상 직원으로 인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현장 사례를 열거해보면 기상천외하다. 비가 오면 유독 근무 중 노래를 부른다거나, 집에 가지 않고 공장 곳곳에서 몰래 잠을 자는 직원, 사무실에서 느닷없이 우산을 펴고 음악을 듣는 사람, 햇빛을 못 봐서 몸에 문제가 생겼다며 웃통을 벗고 일하다 성희롱으로 걸린 직원, 비만 오면 음담패설을 읊조리는 직원 등 일터 현장에서 보이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이런 직원과 일해야 하는 동료들의 불안을 수시로 듣는다. ‘저러다 문제 생길 것 같은데’라고 우려해도 속만 끓일 수밖에 없다. 법 규정은 감염병, 조현병 같은 아주 극단적인 정신질환으로 확진 받아야 분리 조치 등 적극적 개입이 가능하도록 돼 있어서다.
일터 곳곳에서 근로자 간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도 심각하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는 공식 건수가 고용노동부 발표 기준 연 1만2000여 건에 이른다. 정신건강은 어떤가. 국내 항우울제 처방 건수는 2014년 약 1440만 건에서 2023년 약 2330만 건으로 10년 새 크게 증가했다. 직장인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20대 젊은 세대의 증가 폭이 가장 크다고 한다.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아우르는 감정의 문제는 심각한 지경이다.
이 문제를 일터에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주체는 기업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을 들어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사업주가 중심이 된 예방책이 논의되지 않는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수준의 제도 개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신 건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의료진이 연계된 실질적 치료와 예방, 관련 전문가로부터 상시 관리받는 지원체계가 시급하다. 직장의 인간관계를 제대로 고민해 본 적 없는 이들에게 지금이라도 ‘건강한 관계’를 고민해볼 수 있게끔 하는 교육도 꼭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일터에서 더 이상 가슴앓이하지 않는, 행복한 노동을 기대한다. 현재 대한민국 직장인이 가장 바라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피해자들이 남기고 간 소중한 가치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의 주체가 돼야 할 기업이 필요한 역할과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