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분투 정신'과 보육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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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우분투 정신'과 보육의 미래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이 0.75명으로 9년 만에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좋아졌다고 보긴 이르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1.3명)보다 낮고, 14세기 흑사병 시기 유럽의 인구감소율보다도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저출생은 국가와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심각한 과제다. 정부는 극복 방안으로 지난해 6월 말 ‘유·보(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실행계획’을 발표하고 보건복지부 소속이었던 어린이집을 교육부로 이관했다. 정책 목표는 세계 최고의 영유아 교육·보육 체계 구축이다.

유·보 통합은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족 중심의 선별적 복지를 목적으로 출발한 어린이집과 유아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유치원의 접점이다. ‘복지’와 ‘교육’을 넘어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전문적 돌봄과 교육을 함께 수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유·보 통합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정부는 유치원도 하루 12시간 운영, 방학 기간 운영 및 휴일 돌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물론 부모와 아이가 가정에서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부모의 경제활동 참여를 무시할 수 없기에 일·가정 병립을 위해 부모와 사회, 국가가 공동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그래야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보 통합이 성공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영유아보육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 이른바 ‘3법’ 개정과 함께 구체적인 재정 확보도 있어야 하고 교사 양성체제, 0~5세 교육과정 개정, 교육기관 통합에 따른 갈등을 사회적 합의로 해결해야 한다. 스웨덴, 독일, 프랑스 등에서 추진하는 부모 보험제도와 같이 정부 차원의 부모 급여 지원과 같은 제도도 참고할 만하다.

유·보 통합이 잘 추진되려면 ‘우분투(Ubuntu) 정신’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반투족 언어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 “내가 있기에 네가 있다”는 의미를 지닌 우분투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 인류학자가 아프리카의 한 부족 아이들에게 달리기를 시켜 1등에게만 과일 바구니를 주겠다고 했는데 정작 아이들은 경쟁하기는커녕 손을 잡고 함께 달려가 모두가 나눠 먹었다. “누구든지 먼저 달려간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다 주겠다고 했는데 왜 다 함께 달렸지?”라는 학자의 질문에, 아이들은 “우분투”라는 한마디로 대답하며 “다른 아이들이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모두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는 이 가치가 지금 우리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을 지향하고 저출생의 시점으로 고민하고 있는 이때 가져야 할 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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