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여전히 인사가 만사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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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여전히 인사가 만사인 이유

연초 어느 모임에 나가더라도 공통된 인사말을 하나 듣는다. “통상임금 판결 때문에 바쁘시죠.”

이런 인사를 하는 건 비단 인사담당자, 사업을 경영하는 대표자뿐만이 아니다. 대학 친구들조차 노무사인 내게 이 같은 인사를 건넨다. 자리가 길어지면 “반도체산업의 주 52시간제는 어떻게 될까”라는 진중한 얘기까지 만개하기도 한다. 친목 모임인지 인사노무관리 토론회에 온 것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2025년 시작부터 평범한 직장인과 자영업자, 기업 경영자 모두 노동 이슈에 관심이 크다. 이유가 뭘까. 지난해 말 대법원이 통상임금 지급의 중요한 기준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은 고정성과 소정근로의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산정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말 대법원은 이 판단기준에서 고정성을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고정적이지 않은 상여금이 통상임금 산정 범위에 들게 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연간 5조원 이상의 인건비가 추가로 더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불황기에는 성과가 좋은 기업조차 성과급이 부족하다는 노사의 인식 차이로 갈등이 커지고, 반대로 상황이 어려운 기업은 고용불안 문제로 노사 갈등이 확산한다. 자영업마저 최저임금 문제로 시름한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연일 자신의 처우와 불안한 미래를 토로하는 글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 사회의 주요 노동현안을 해결해 가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본질이 있다. 예상치 못하거나, 수요와 공급의 자연스러운 결정에서 벗어난 인위적 인건비의 상승은 물가를 자극한다. 이는 금리 인상을 불러오는 악순환의 경제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다. 의도치 않게 갑자기 월급이 올라도 물가 탓에 월급쟁이의 주머니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고 생활가계는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 인위적이고 돌발적인 인건비의 상승,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은 근로시간 등 규제에 대한 대안 없이 기업에만 오로지 모든 것을 감내하라고 내모는 것은 마르지 않아야 할 월급의 샘물을 말라버리게 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워진 고용환경 속에서 노동 이슈에 많은 이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기업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려면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사회적 합의와 지원으로 노사가 모두 살 수 있는 실천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겨울철 숯불갈비집 화로만큼이나 뜨거워진 노동에 대한 진지한 관심에 새삼 놀랄 때가 많다.경제의 본질에 부합한 노동정책이 법 규범으로 다듬어져 나와 내 가족의 경제적 안정과 풍요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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