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맘다니의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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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맘다니의 성공비결

미국 뉴욕시장 민주당 경선에서 33세의 젊은 정치인 조란 콰메 맘다니가 후보로 선출됐다. 다른 나라 일이고 본선도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민주사회주의자, 인도계 무슬림, 정치 경력 5년, 주 하원의원인 후보가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유대계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뉴욕에서, 본인과 부친이 뉴욕주지사를 지낸 유력한 경쟁자를 월등한 표 차로 이겼기 때문이다.

몇 개월 전 SNS 알고리즘에 맘다니의 릴스(짧은 영상)가 가끔씩 등장하기 시작할 때부터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의 릴스와 트렌디한 홍보물은 요즘 선거의 모범사례 같았다. 어느 순간 막대한 정치자금과 주류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아니라 젊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후보가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전 세계 SNS에서 그런 움직임이 느껴졌다. 언제나 골리앗보다는 다윗의 팬이 많은 법.

실제로 그는 다양한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다. 평소 경선에 참여하지 않던 젊은 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고, 소수인종과 이민자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고학력 백인의 지지도 적지 않았다.

지지율 1%의 후보는 어떻게 4개월 만에 43.5%로 승리할 수 있었을까? 맘다니의 트레이드마크인 젊음, 트렌디함, 유머도 한몫했겠지만, 많은 사람이 원하고 공감하는 이야기를 한 것이 무엇보다 주요했다고 생각한다.

비싼 집세와 물가로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비용’에 고통받는 뉴욕 시민에게 무상 대중교통, 공공 보육, 공공 주택의 임대료 동결이란 공약을 제시하면서, 초부자 증세 등의 재원 확보 방안을 이야기했다.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예산 때문에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부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정치인으로선 쉽지 않은 카드였을 것이다. 그런데 정치에 무관심하던 청년층, 다른 당을 지지하던 유권자의 마음을 끌었던 건 거대 담론이나 공화당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이처럼 지지할 명분, 마음이 끌리는 생활형 공약이었다.

세계의 수도라는 뉴욕시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서 문득 ‘정치인으로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누구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에 대해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움직이겠다는 다짐을 한다.

우리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고 불평등이 심화하면 한국판 맘다니에 대한 열망이 커지지 않을까 싶다. 짧은 정치 생활이지만, 결국은 유권자가 ‘진심’을 알아보고 좋은 정치인을 찾아낸다고 믿는다. 예쁜 포장은 내용물을 궁금하게 만들 수 있을 뿐 실망한 소비자의 반품을 피할 수는 없다.

다른 나라의 성공 사례는 금세 전 세계에 유사품을 만든다. 16년 전에는 버락 오바마, 8년 전에는 에마뉘엘 마크롱이 있었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성공방정식이 된 것 같아 큰 걱정이었다. 부디 맘다니가 일부 계층을 악마화하고 실현 불가능한 공약으로 인기를 끈 게 아니라 유권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예산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유능한 젊은 정치인이라는 걸 증명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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