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동료, 한 번은 상대 타자…두 번 90도 인사한 LG 임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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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잠실 키움전 7이닝 1실점 역투로 시즌 7승 수확

이미지 확대 4회 호수비를 펼친 문보경에게 인사하는 LG 임찬규

4회 호수비를 펼친 문보경에게 인사하는 LG 임찬규

[LG 트윈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LG 트윈스 국내 에이스 임찬규(32)가 15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던진 최고 구속은 시속 143㎞다.

오른손 투수로는 느린 공이지만, 임찬규는 마치 저장고에서 30년 동안 숙성한 와인처럼 향기 넘치는 투구를 펼쳤다.

임찬규는 이날 키움을 상대로 단 82구를 던져 7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팀의 6-2 승리를 견인, 시즌 7승(1패)째를 수확했다.

직구는 단 26개만 던졌고, 대신 커브(31구)와 체인지업(22구), 슬라이더(3구) 등 변화구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경기 후 만난 임찬규는 "잠실구장은 크고, 키움은 좌타자가 많다.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쓰려면 커브를 상대 타자 머릿속에 심어주는 게 중요했다. 결과가 좋다 보니까 커브를 더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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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투수 임찬규

[촬영 이대호]

이날 경기로 임찬규의 평균자책점은 1.99까지 내려갔다.

코디 폰세(한화 이글스·1.68)에 이어 이 부문 리그 2위이자, 국내 선수 가운데는 리그를 통틀어 1위다.

임찬규는 "1점대 평균자책점을 시즌 끝까지 유지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면서 "앞으로 점수를 많이 주는 날도 있을 것이다. 결국 평균에 수렴할 것으로 생각하고, 좋을 때 많이 낮춰놓는다는 생각으로 던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10경기를 했을 뿐이다. 앞으로 20경기에 더 나가야 한다. 오히려 평균자책점에 신경 안 쓰고 던지다 보니 1점대를 하고 있다. 상황에 맞는 투구를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찬규는 7승으로 다승 부문에서도 리그 공동 2위가 됐다.

이미지 확대 항상 동료들에게 감사 표시를 잊지 않는 임찬규

항상 동료들에게 감사 표시를 잊지 않는 임찬규

[LG 트윈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팀이 많이 이기면 좋은 것이다. 다승에 대한 욕심으로 시즌을 시작하지는 않았다"면서 "묵묵히 내 일을 하다 보면, 많이 이길 거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날 임찬규는 경기 도중 두 번 90도로 인사했다.

4회 2사 1루에서 3루수 문보경이 야시엘 푸이그의 선상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처리하자 허리를 깊게 숙여 감사를 표했다.

7회에는 루벤 카디네스에게 커브를 던졌다가 머리를 맞혔는데, 이때 크게 당황하며 카디네스에게 허리를 굽혔다.

임찬규는 먼저 문보경에 대해 "그런 수비가 정말 힘이 된다. 선상으로 빠졌다면 주자가 득점권에 나가고, 중심 타선으로 이어질 상황이었다. 위기를 맞이할 뻔했는데, 이닝을 끝낸 거다. 그런 부분에서 무척 고맙다. 수비가 집중해줘서 나도 마운드에서 집중한다"고 말했다.

카디네스를 맞힌 장면에 대해서는 "선수가 맞았으니 당연히 사과한 거다. 머리를 맞힌 건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며 "아무리 변화구라도 위험한 거다. 커브로 타자 머리를 맞힌 적 없어서 많이 놀랐다"고 했다.

이미지 확대 시즌 7승을 따낸 임찬규

시즌 7승을 따낸 임찬규

[LG 트윈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올 시즌 LG는 탄탄한 수비로 투수를 돕는다.

임찬규는 "올해 (수비 덕분에) 빨리 아웃카운트가 늘어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상대 타자들도 빠른 카운트에 적극적으로 친다"면서 "오히려 그게 도움이 된다. 오늘 경기도 그렇게 해서 투구 수를 많이 절약했다. 안타를 맞더라도 초구에 맞는 게 낫다"고 했다.

이날 임찬규는 모자에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외야수 홍창기의 등번호 '51번'을 새기고 마운드에 올랐다.

홍창기는 지난 13일 잠실 키움전에서 수비 도중 팀 동료 김민수와 충돌해 무릎을 다쳤다.

임찬규는 "홍창기 선수도 지금 혼란스러울 거라 따로 연락하지는 못했다"면서 "한창 안 맞다가 타격 감각이 올라오는 페이스에 그렇게 다쳐서 마음이 더 아팠다. 그래서 모자에 (등번호를) 적었다"고 말했다.

4bu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15일 22시1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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