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케 PSG 감독, UCL 우승 뒤 골육암으로 세상 떠난 딸 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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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PSG)이 사상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확정하자 PSG 응원석엔 거대한 통천이 펼쳐졌다.
PSG 사령탑인 루이스 엔리케(55) 감독이 PSG 유니폼을 입은 한 소녀와 함께 있는 장면이 그림에 담겼다.
이 소녀는 엔리케 감독의 딸 사나다.
정확히 10년 전 엔리카 감독이 스페인 FC바르셀로나를 이끌고 UCL 우승을 일궜을 때 찍힌 사진을 사나가 입은 유니폼만 PSG로 바꿔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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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그라운드로 내려온 사나는 엔리케 감독과 함께 바르셀로나 깃발을 그라운드에 꽂았다.
엔리케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이었다.
10년 만에 다시 펼친 우승 세리머니 현장에 사나는 없었다.
사나는 2019년 골육암 판정을 받았고, 그해 8월 9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엔리케 감독은 재단을 설립해 같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도왔다.
엔리케 감독이 2018년 7월 잡은 스페인 대표팀 지휘봉을 불과 11개월 만에 던진 이유도 사나 때문이었다.
사나가 떠난 뒤 엔리케 감독이 사임한 이유가 공개됐고, 스페인축구협회는 2019년 11월에 다시 엔리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스페인이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모로코에 패하면서 엔리케 감독은 다시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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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하락세를 타는 듯했던 엔리케 감독의 지도자 경력은 PSG 덕에 반전했다.
2011년 카타르 왕족 자본에 인수된 뒤 프랑스 최강으로 군림하면서도 번번이 UCL 우승에 실패하던 PSG가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출 적임자로 엔리케 감독을 선택한 것이다.
네이마르, 리오넬 메시, 킬리안 음바페의 초호화 공격진으로도 유럽 정복에 거듭 실패했던 PSG는 엔리케 감독 체제에서 '체질'을 바꿔나갔다.
엔리케 감독은 음바페 등 스타 공격수들을 내보내고 팀에 충성할 어린 선수들 위주로 전열을 재정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리그1, 프랑스컵에 이어 1일(한국시간) UCL 우승까지 차지해내며 프랑스 축구 사상 첫 '트레블(3관왕)'의 역사를 썼다.
단판 대회인 슈퍼컵 우승까지 더하면 '쿼드러플(4관왕)'을 이뤄냈다.
올 시즌 PSG는 프랑스 축구 사상 가장 강력한 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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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엔리케 감독은 10년 만에 팀을 바꿔 UCL 우승을 지휘해내며 '명장'임을 입증했다.
바르셀로나 우승 때는 그의 지도력보다는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의 'MSN 공격진'이 훨씬 크게 주목받았다.
우승을 확정한 뒤 엔리케 감독은 PSG 깃발을 든 만화 캐릭터 둘이 그려진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딸 사나를 기리는 티셔츠였다.
엔리케 감독은 "사나는 항상 우리와 함께한다. 우린 늘 사나를 생각한다. 패배할 때조차 사나의 존재를 느꼈다"면서 "(통천을 준비해 준) 팬들의 마음이 아름다웠다.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PSG는 이날 인터밀란에 5-0으로 크게 이겼다. UCL 결승 사상 최다 점수 차 승리다.
엔리케 감독은 "우리의 압박은 매우 강렬했다. 그들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첫 골 기회에서 득점한 건 운이 좋았다. 우리가 완전히 주도권을 잡은, 훌륭한 경기였다"고 자평했다.
ah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01일 08시41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