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스의 남자' 김시우, 화끈한 이글로 에너지를 불어넣다 [강혜원의 골프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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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17 15:07 수정2025.03.17 15:07

'플레이어스의 남자' 김시우, 화끈한 이글로 에너지를 불어넣다 [강혜원의 골프플래닛]

김시우(30)에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2500만달러)은 특별한 무대다. 2017년 이 대회에서 21살의 나이로 투어 첫 승을 거두며 이 대회 최연소 챔피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김시우는 다시 한번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잊지 못할 장면을 선사했다. 최종라운드가 열린 1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TPC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파72), 김시우는 1오버파로 들어선 마지막 9번홀(파5)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245야드를 남기고 2온을 시도한 공이 그린 왼쪽에 떨어졌다. 핀까지 거리는 약 18m. 김시우는 웨지로 공을 높게 띄워올렸고, 멋진 로브샷 궤적을 그린 공은 몇차례 굴러 홀에 빨려 들어갔다.

칩인 이글이 성공하자 김시우는 클럽과 모자를 던졌고, 축구에서 킥을 하는 듯한 발차기를 하며 기쁨을 표시했다. 현지 중계에서는 "이 대회 최연소 챔피언인 김시우가 소그래스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이 이글로 김시우는 전날 공동62위에서 공동 38위로 마치며 24계단이나 뛰어올랐다.

김시우가 17일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마지막 홀에서 이글을 잡아낸 뒤 기뻐하는 모습을 PGA투어가 SNS로 소개했다. PGA투어 인스타그램 캡처

김시우가 17일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마지막 홀에서 이글을 잡아낸 뒤 기뻐하는 모습을 PGA투어가 SNS로 소개했다. PGA투어 인스타그램 캡처

올해로 김시우는 PGA투어 10년차를 맞는다. 2012년 17살의 나이로 PGA투어 퀄리파잉 스쿨에 응시했다가 덜컥 합격해버렸다. 하지만 규정상 만18세부터 정규투어 활동을 할 수 있어 2부 투어로 향해야 했고, 2016년부터 풀시드로 PGA투어에 데뷔했다.

'제5의 메이저'라고 불리는 대회에서 생애 첫 승을 거뒀지만 당시에는 어느 정도의 영광인지 실감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승 뒤 이어진 세러머니 탓에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없었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이코노미석 가운데 자리로 집에 돌아갔다. 옆자리에 앉은 승객이 "어제 플레이어스에서 우승한 선수 아니냐"고 알아봐 기념사진을 찍어줬다고 한다.

이제 PGA투어에서 김시우의 위상도 달라졌다. PGA투어 통산 4승으로 한국인 최다승 보유자인 최경주(8승)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우승을 거뒀다. 최근에는 미국의 골프 관련 유튜브 채널에도 종종 출연하고 있다. 영어가 한결 편안해진 덕분이다. 그는 최근 한 채널에서 "캘리포니아에 살던 비행기를 갈아탈 때 게이트가 바뀌면 늘 비행기를 놓치곤 했다"며 "영어를 전혀 못해 안내방송을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워낙 조용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경기 중에도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는 "선수들이 말을 걸어도 알아들을 수 없어서 말을 걸지 않기를 바랐다"며 "지금은 원하는 것을 다 말할 수 있어 편안하다"고 말했다.

화끈한 세러머니도 김시우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지난해 프레지던츠컵에서도 극적인 샷 뒤에 상대팀을 자극하는 세러머니로 경기에 재미를 배가시켰다. 최근 출연한 팟캐스트에서는 "하루빨리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며 메이저 대회 가운에는 디오픈이 우승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샷을 낮게 치는 것이 자신있기도 하지만, 워낙 공이 수십야드씩 구르는 코스여서 멀리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좌충우돌 20대를 지난 김시우는 이제 완벽한 PGA투어 스타로 비상 중이다.

강혜원 KLPGA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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