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신진우]민주사회주의와 트럼프가 만나는 곳

1 month ago 21

신진우 워싱턴 특파원 “나는 민주사회주의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정치판에서 선뜻 꺼내기 어려운 말이었다. 냉전 내내 소련과 체제 경쟁을 벌였던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미국적 가치의 반대편에 놓인 단어로 여겨질 때가 많았다. 그 금기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35세 조란 맘다니는 지난해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뉴욕시장으로 당선됐다. 이달 위스콘신주에선 한국계인 프란체스카 홍 주 하원의원(38)이 민주당 주지사 경선에서 당 주류의 지원을 받은 데이비드 크롤리와 접전을 벌였다. 홍 의원 역시 자신을 민주사회의주의자라고 표현해 왔다. 그는 불과 0.5%포인트 차로 졌다. 사회주의자라는 간판이 치명적인 낙인은 아닐지 몰라도 여전히 미국 정치에서 만만치 않은 부담임을 보여줬단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패배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0.5%포인트란 숫자다. 미 대선에서 이른바 ‘경합주’로 꼽히는 위스콘신주에서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한 후보가 당 주류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했다.민주사회주의 약진이 말하는 것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SA) 유료 회원은 2024년 10월 약 5만 명에서 최근 10만 명을 넘어섰다. 그렇다고 미국인들이 사회주의자로 급변하고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지난해 갤럽 조사에서 미국인의 자본주의 호감도는 54%로 사회주의(39%)보다 여전히 높았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사회주의에 대한 긍정 평가가 66%로 자본주의(42%)를 크게 앞섰고, 18∼34세에서도 49%가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목할 지점은 젊은층이 ‘사회주의’라는 말에서 떠올리는 내용이다. 민주사회주의 진영이 내세운 건 거대한 체제 전환의 청사진보다 당장 매달 빠져나가는 생활비를 줄이겠다는 약속이었다. 맘다니 시장은 버스비와 월세·보육비를, 홍 의원은 보육과 급식, 의료비를 파고들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들의 약진 뒤엔 높은 생활비와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냉전의 기억이 희미한 젊은층이 어느 날 갑자기 이념적으로 좌회전했다기보단 자신들의 팍팍한 삶에 관심을 나타내는 정치에 반응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현실에 가깝다. 그러니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왜 사회주의를 좋아하게 됐나’가 아닌 ‘왜 기존 체제의 약속을 믿지 않게 됐나’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아메리칸 드림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응답은 65세 이상에선 68%였지만 50세 미만에선 42%에 그쳤다. 미국 자본주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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