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란 ‘원금 보장’ 대출 아냐”… 실리콘밸리에 재도전 인프라 깔다[이준만의 세상을 바꾼 기업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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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 개척자, 아서 록 이준만 서울대 경영대 교수 《1957년 어느 날, 미국 뉴욕의 젊은 투자은행가에게 캘리포니아에서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사연의 주인공은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 밑에서 일하던 여덟 명의 젊은 엔지니어였다. 상사의 독선을 견디다 못해 회사를 모두 뛰쳐나와 새 회사를 차리려 하니 자금을 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회사도, 제품도, 매출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곤 여덟 개의 명석한 두뇌와 ‘반도체’라는 낯선 아이디어뿐이었다. 이 무모한 도전에 돈을 댈 사람을 찾기까지 무려 서른다섯 번의 거절이 있었다.》 사탕가게서 배운 사람을 읽는 눈서른여섯 번째 시도에서 마침내 한 곳이 응했고, 그렇게 페어차일드 반도체가 탄생했다. 여덟 명은 훗날 ‘8인의 배신자(Traitorous Eight)’로 불리며 인텔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의 씨앗이 됐고, 이들이 모여든 캘리포니아의 한 골짜기는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숱한 거절을 견뎌낸 남자, 아서 록은 훗날 ‘벤처캐피털의 개척자’로 불리게 된다. 록은 1926년 뉴욕주 로체스터의 평범한 가정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록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작은 사탕가게에서 일을 도우며 자랐다. 하루에 수십 명씩 드나드는 손님을 상대하며 말과 표정 뒤에 숨은 사람의 됨됨이를 살피는 감각을 익혔다. 이 감각은 훗날 그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는 밑천이 된다. 미 시러큐스대를 거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마친 록은 월가 투자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그의 눈길은 안정적인 대기업이 아니라, 위험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는 작은 기술기업들에 쏠려 있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그때는 “기술에 돈을 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던” 시절이었다. 페어차일드의 여덟 청년이 그에게 연락한 것은 우연이었지만, 그 우연을 붙잡아 역사로 만든 것은 록의 안목이었다.재무 전망보다 사람에 투자 록의 투자 철학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나는 아이디어에 투자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투자한다.” 그는 사업계획서를 받으면 맨 뒤에 붙은 이력서부터 펼쳐봤다. 5년 뒤 매출과 이익을 그럴듯하게 적어놓은 재무 전망은 믿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창업자의 눈빛에서 ‘뱃속의 불(fire in the belly)’과 지성을 봤다. 역경 앞에서 꺾이지 않는 회복력, 방향을 틀 줄 아는 유연함, 그리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집념. 그가 본 것은 사업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이 철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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