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에 대한 사랑[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126〉

1 week ago 5

“나는 저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하는 거야.”―이창동 ‘가능한 사랑’ 다큐멘터리에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는 이들이 종종 카메라에 담긴다. 그 모습이 연출된 것이 아닌 진실된 반응이라는 점은 먹먹함과 감동을 배가시킨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상황엔 결국 카메라가 있었다. 누군가 고통스러워할 때, 그걸 찍는 감독은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똑같이 먹먹한 마음이었을까. 혹 원하던 ‘그림’이 나왔다는 반가운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나는 저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하는 거야. 나는 다큐를 만드는 사람이잖아.” 다큐 감독 예지(조여정 분)는 사업가인 남편 상우(조인성 분)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건 진심이다. 예지는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하고, 그러기 위해 해고 노동자 가족인 호석(설경구 분)과 미옥(전도연 분) 가족과 가까워지려 노력한다.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심지어 자신들의 별장에 초대한다. 하지만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부부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그건 태생도, 삶의 배경도 다른 계급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자본가 집안에서 자라나 사업가가 된 상우에게 옥쇄 파업 현장에서 싸웠던 호석은 그 호의와 친절에도 다가가기 어렵고, 예지의 진심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입은 명품에 미옥은 불편함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낀다. 호석이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몸부림치며 쏟아낼 때, 예지는 안타까워하면서도 그것을 카메라에 담고픈 욕망을 쉽게 놓지 못한다. 피사체를 ‘사랑하려는’ 마음은 진심이지만 그것이 가능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현실. 예술을 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타인의 삶을 좀 더 열린 자세로 보고 다가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이 영화의 질문은 여운이 길다. 과연 그 ‘가능한 사랑’은 어디까지일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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