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해수부 이전이 '선거용' 의심 받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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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해수부 이전이 '선거용' 의심 받지 않으려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 ‘선거용’이라니, 정신 나간 소리 아닙니까.”

전재수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4일 취임 후 처음으로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내년 지방 선거용 카드’라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는 “아무리 정치하는 사람들 간이 크다지만 선거 때문에 정부 부처를 마음대로 옮기진 않는다”고도 했다. 전 장관은 북극항로 개발과 수도권 일극 체제 해소를 위해선 행정 능력을 갖춘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꼭 필요하다고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해수부 이전을 내년 지방선거와 연결 지어 생각하는 시선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왜 해수부’인지, ‘왜 올해’인지에 대한 답이 부족해서다.

우선 해수부가 부산에 가야 북극항로가 개발되는지에 대해 의아해하는 이가 많다. 전 장관은 해수부에 더해 HMM도 옮기고 동남투자은행까지 유치해 ‘집적 이익’을 극대화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처럼 세종에 다른 중앙 부처와 모여 있는 집적 이익이 더 크다는 반론도 나온다. 당초 이전 대상으로 거론된 산업은행 대신 해수부가 ‘정치적 흥정’의 결과로 이전하게 됐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이유다.

이전 시점도 마찬가지다. 흔한 연구용역 하나 없이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로 ‘연내 이전’이 당연시됐다. 반드시 옮겨야 한다면 2~3년에 걸쳐 차분히 이전해도 된다는 의견도 많다. 결국 내년 지방선거를 빼면 이 모든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해수부 부산 이전을 더 색안경 쓰고 보게 되는 것은 전 장관의 부산시장 출마설 때문이다. 그는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치하는 사람은 실적과 성과를 내면 더 큰 성취를 할 수 있는 꿈을 가진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가 말한 해수부 이전 필요성에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반응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당사자인 해수부 직원들이 논의 과정에서 소외된 점도 문제다. 부산에 아무 연고가 없는 이들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 할지, 자녀 교육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이 크다. 서울에서 세종으로 출퇴근하던 직원들은 당장 왕복 12만원에 달하는 부산~서울역 KTX 비용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도 걱정거리다.

책임 있는 장관이라면 ‘선거용’이란 의심을 ‘정신 나간 소리’로 치부하기 전에 이전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답을 내놔야 한다. 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 공백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대비책도 보여줘야 한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행정수도를 만든 ‘노무현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 같은 정치적 구호만 되풀이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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