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국형 BDC에 증권사 복귀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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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한국형 BDC에 증권사 복귀가 필요한 이유

“정부 기대와 달리 민간 자금이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를 외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벤처 투자 경험과 네트워크를 모두 갖춘 증권사들이 빠지면 기대만큼 제도가 안착하기 어려울 겁니다.”

투자업계 관계자가 BDC 추진 과정을 보며 한 말이다. BDC는 비상장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하고, 일반 투자자가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일반인도 ‘제2의 토스·두나무’로 성장할 스타트업에 쉽게 투자할 수 있고, 벤처기업은 정책 자금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시행 6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정치권 논의 과정에서 증권사가 BDC 운용 주체에서 제외됐는데, 근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증권사가 BDC 운용 주체로 참여하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증권사들이 투자 중인 비상장 기업을 BDC에 편입해 파는 방식으로 자기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준현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역시 동의하면서 증권사는 결국 인가 대상에서 빠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반박한다. 증권사는 내부 조직 간 차단 제도인 ‘차이니즈 월’을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BDC 도입 논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제도의 중심은 증권사였다. 투자은행(IB) 조직을 갖춘 증권사는 비상장 기업 투자 경험이 많다. 기업 분석 역량도 뛰어나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할 수 있고, 이는 BDC 제도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증권사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자산운용사는 비상장 투자 경험이 부족하다. 벤처캐피털(VC)의 경우 투자 경험은 있지만 민간 자금 모집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BDC의 최소 모집 규모가 500억원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증권사의 광범위한 판매망과 투자자 네트워크 없이는 청약 방식으로 대규모 자금을 모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애초 수천억원대 덩치로 BDC를 키우는 걸 목표로 삼고 있었다”며 “증권사가 빠진 현 BDC 구조는 제도를 스스로 축소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현재로선 자산운용사와 VC 중심의 ‘반쪽짜리 BDC’ 출범이 불가피하다. 제도가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할 경우 출범 이후 증권사의 재합류 필요성이 부각될 수 있다. BDC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한 재논의가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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