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탁상공론'에 헛바퀴 도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1 month ago 13

[취재수첩] '탁상공론'에 헛바퀴 도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2030년 3월, 제22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야당 대선후보의 공약집이 발표됐다.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신설’…. 대선이 끝난 뒤 꾸려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공약 실현을 위한 세부적인 정부 조직 개편안을 논의했다. 몇 개월 뒤 인수위가 개편안을 내놨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폐기됐다.

기자가 내다본 5년 뒤 모습이다. 과연 섣부른 예상일까. 지금까지 역사를 돌아보면 틀린 예측이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 쉽지 않다. 역대 정권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빠짐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와 금감원 ‘양대 축’으로 이뤄지는 현행 감독체계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완성됐다.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는 ‘금소원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며 금소원 설치는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위에서 정책·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 별도 독립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에서 똑같은 주장이 되풀이됐다. 국정기획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실은 ‘금융위 해체·금소원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감독체계 개편안을 마련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개편안 통과 가능성이 컸지만,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제동을 걸며 막판에 무산됐다.

십수 년간 반복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의 중심에는 일부 교수 집단이 있다. 주인공도, 대본도 모두 그대로다. “금융위에 산업 진흥과 감독 기능이 혼재돼 있어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했다”는 식의 주장이다.

하지만 모든 문제의 원인을 감독체계로 돌리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신용불량자를 대거 쏟아낸 2002년 ‘카드 사태’ 때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감원으로 나뉘어 있는 감독체계가 카드 사태를 부른 원인”이라고 감사원이 공식 발표한 사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금융위 해체, 금소원 신설 등은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게 금융권의 주된 반응이다. 금융감독 조직이 여러 개로 쪼개져 있으면 위기 대처 능력이 크게 약해질 수 있어서다. 감독기관마다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충돌하면 금융권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탁상공론하지 말고 현장에 가보라.” 이재명 대통령이 평소 즐겨 하는 말이라고 한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정답도 현장(금융권)의 목소리에서 찾아야 한다. 몇몇 교수의 주장에 매번 휘둘리는 ‘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이제 접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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