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인위적 가산금리 인하, 지속 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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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인위적 가산금리 인하,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은행의 법적 비용을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마치 법인세를 제품 가격에 포함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은 논리 아닌가요.”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가산금리 인하 공약이 주목받자 한 금융권 인사가 우려 섞인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은행이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각종 출연금 등 법적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막아 가계 및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해 말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개정안은 가산금리에 지급준비금과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 법적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처벌 규정도 넣었다. 이 법안은 이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은행이 임의로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본점이나 영업점 자율로 조정하는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가산금리엔 법적 비용을 비롯해 업무 원가, 리스크 관리 비용, 목표이익률 등이 포함된다. 민주당 법안대로 가산금리에서 법적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제하고 단순 계산하면 금리가 0.2%포인트가량 내려갈 것이란 추산이다.

서민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와 선의(善意)엔 공감한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남는다. 가산금리를 억지로 낮춰도 실제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이 우대금리를 줄이는 등 얼마든지 우회로를 찾을 수 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9월 평균 연 3.95%에서 지난 4월 연 4.05%로 올랐다. 이 기간 기준금리는 연 3.50%에서 연 2.50%로 내렸지만 우대금리가 2.30%포인트에서 1.65%포인트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설사 대출금리가 낮아진다고 해도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남길 수 있다. 예대 마진을 맞추기 위해 은행이 예금금리를 더 큰 폭으로 낮추는 방식 등으로 대처할 수 있어서다. 장기적으로 은행 수익성이 악화하면 중소기업과 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에 신용 공급이 축소될 우려도 있다.

대출금리도 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형성되는 일종의 가격이다. 금리에 반영되는 항목까지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는 건 지나친 가격 통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성공한 사례도 찾기 힘들다.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고 소비자 후생을 줄일 수 있다는 경제학의 기본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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