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쓰지마' '묻지마'가 일상이 된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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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쓰지마' '묻지마'가 일상이 된 정치권

“그런 황당한 주장이 어딨어요. 쓰지 마세요.”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 한 대변인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 들려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시 업무추진비 사용과 관련한 제보의 사실 확인을 위해 기자가 건 전화에 대한 첫 반응이었다.

성남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2월 22일 성남시 행정지원과는 시내 제과점 한 곳에서 180만원을 결제했다. ‘직원 노고 치하 격려품 구입’ 목적이었다

이 후보가 직접 결제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대선 기간인 만큼 후보자 검증 차원에서 필요한 질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변인은 “네거티브 공세에 이용당한다” “기본적인 취재 윤리도 모르냐”며 기자를 다그쳤다. “상대 입장을 청취하고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올바른 취재 절차 아니냐”고 되물을 때까지 한참 훈수를 받아야 했다. 대선 막바지 국면에 캠프가 예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거대 정당의 ‘입’ 역할을 하는 정치인의 대응 방식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이번 대선을 취재하면서 언론의 자유를 걱정하는 주변 기자들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지난 1월 ‘가짜뉴스를 막겠다’는 명목으로 민주파출소를 출범하고, 문제 있다고 판단한 기사를 언론중재위원회 등에 꾸준히 제소하고 있다. 기자들 사이에선 ‘그러다 (민주) 파출소 간다’는 말이 농처럼 오간다. 정치권 관계자는 “일부 건은 언론의 해석 부분이나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한 제목을 문제 삼았다”며 “자신들의 시각과 다르다고 제소하는 것은 언론 활동을 제약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집권 시 언론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현장의 우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급한 것 아니니 나중에 생각해 보자”고 답했다.

물론 특정 정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특정 언론사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며 여러 차례 ‘질문 패싱’을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집요하게 묻는 기자를 떨쳐내려다 폭행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입맛에 맞는 언론 질문만 상대하려는 관행이 정치권 전반에 굳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국면에선 유권자의 알 권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전달할 책임이 있다.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질문하는 것은 언론의 권리이기도 하다. 한쪽에선 “쓰지 마”, 다른 쪽에선 “묻지 마”라고 한다. 어느 쪽이 차기 정권을 잡더라도 이런 말이 더 빈번하게 들려오는 건 아닌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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